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4월로 접어들면서 대학 캠퍼스에도 본격적인 일상이 자리 잡았다. 교정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그만큼 가볍진 않다. 식비, 월세, 교통비, 교재비, 심지어 과제 제출용 프린트 비용은 물론 한동안 잠잠하던 등록금까지 오르면서 체감 물가는 더 이상 가벼운 문제가 아닌 상황.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캠퍼스플레이션(Campus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캠퍼스플레이션’은 ‘캠퍼스’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등록금뿐 아니라 대학생활 전반에 걸친 비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명목상 등록금은 수년간 제자리였지만,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16년간 이어졌던 등록금 동결 기조가 깨지면서 학생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우선, 2025학년도 1학기 전국 4년제 대학 190곳 중 무려 131곳(약 70%)이 등록금을 인상했고, 수도권 사립대학의 경우 90% 이상이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 중 상당수는 법정 상한선인 5.49%에 육박하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등록금을 올린 131개 대학 중 57곳은 4.00%∼4.99%, 54곳은 5.00%∼5.49%의 인상률을 보였다. 이러한 등록금 인상은 결국 지난 3월 교육 관련 물가를 전년 대비 2.9% 끌어올리며,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이후 16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설상가상으로 등록금이 오르지 않았던 시기에도 대학생들은 이미 다양한 ‘숨은 비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구독료, 과제용 프로그램 구입비, 실습 재료비, 동아리 회비 등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일부 대학이 도입한 전자책 구독 시스템은 갱신료까지 요구돼 기존 교재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 실질적인 학습비용은 명목 등록금을 훨씬 웃돈다.

생활비 역시 대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1% 상승했으며,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95.1%가 물가 인상을 체감했고 가장 부담되는 항목으로 식비(56.1%)를 꼽았다. 수도권 자취생의 월 평균 생활비는 12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지출은 학생들의 학업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시간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일부는 경제적 이유로 진학을 포기하거나 휴학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시간이 학업 시간보다 많은 대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장학금 확대, 학자금 대출 이자 인하, 등록금 동결 유도 정책 등을 통해 대응해왔다. 특히 국가장학금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은 등록금 동결을 조건으로 지원됐지만, 장기간 이어진 동결 기조 속에 대학들은 재정 위기를 호소해왔다. 올해 상당수 대학이 ‘동결보다 인상이 이득’이라는 판단 아래 등록금 인상에 나섰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하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등록금 인상 분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등록금을 올리지 않은 일부 사립대학들과, 지금껏 동결을 유지해온 국공립대학 다수도 내년에는 줄줄이 인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제어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법정 인상 상한선의 변동과 6월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등록금 통제가 아닌, 전체 대학생활 물가를 반영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생활비 중심의 장학제도 확대, 대학의 예산 운용 투명성 강화, ‘숨은 비용’ 최소화 등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개인의 부담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확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캠퍼스플레이션’은 더 이상 단순한 신조어나 유행어가 아니다. 이는 대학생들이 보내는 구조적 경고 신호로, 단편적인 조치가 아닌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임을 엄중히 시사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