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 주 금요일, 미국의 거리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로 새벽부터 인산인해를 이룬다. 쇼핑객들은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고, 폭주한 온라인 주문에 물류들이 활발하게 이동하며 경제에 활기가 돌기 때문이다. 이 용어는 원래는 도시가 마비될 정도의 혼잡을 빗대던 말이었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세계 최대의 소비 축제를 상징하게 됐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기원은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교통경찰들로부터 시작됐다. 온 나라가 쉬어가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면 노동자·쇼핑객·관광객·미식축구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도시는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경찰들 사이에서는 이 혼란한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 부르며 경고의 의미로 사용했고, 이는 지역 언론을 거쳐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이 표현은 오늘날 소비 문화의 용어로 탈바꿈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본격적인 소비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블랙 프라이데이’는 점차 ‘재고 정리와 흑자 전환의 날’로 인식된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 상점들은 이 시기에 대규모 세일을 진행하며 소비자를 끌어모았고, 상점들의 재무 장부가 적자(red ink)에서 흑자(black ink)로 전환된다는 의미까지 더해지며 용어는 새롭게 재해석됐다.

이날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사실상 개막일이다. 미국 소매업체들은 매년 이 날을 위해 재고를 쌓고, 한정 수량 제품이나 ‘도어버스터 세일’(문 열자마자 완판되는 초특가 상품)을 준비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이후의 주말, 그리고 ‘사이버 먼데이’로 이어지는 일주일은 미국 소매업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기간으로, 연말 전체 매출의 70%가 이때 결정된다는 통계도 있다. 이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전년 대비 부진하면 내년 소비 경기 둔화를 예측하는 신호로 읽히기도 한다.

이 열풍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다. 중국은 매년 11월 11일을 ‘광군제(光棍節)’로 기념하며,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초대형 온라인 할인 행사로 성장시켰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성탄절 다음날 ‘박싱 데이(Boxing Day)’로 유사한 소비 축제를 열며, 한국 역시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시기에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앞세워 내수 진작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블랙 프라이데이가 많은 이들에게 여유와 기쁨을 주는만큼, 그 그림자도 뚜렷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과소비·충동구매 등이 반복되면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할인 기간 직전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놓고 다시 낮추는 ‘가짜 세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배송 지연, 반품 폭증, 물류센터 노동 강도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가 뒤따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블랙 프라이데이는 단순한 쇼핑 행사를 넘어 경기와 산업, 소비 심리의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이자 지표로 기능한다. 큰 금액에 구매를 망설여온 품목이 있다면,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를 잘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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