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가장 오래된 주제를 통해 인간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 있다.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발표된 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살아온 삶이 정말 나의 삶이었을까?”라는 질문을 가장 날카롭게 던지는 고전으로 꼽힌다.

평범하고 모범적이라 여겼던 삶이 사실은 공허한 외피였음을 깨닫는 순간, 죽음 앞에 선 이반 일리치의 고통과 통찰은 현대 독자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이반 일리치의 죽음』를 들여다본다.

제공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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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 고전소설 // 2012.10.05. // 러시아 // 출판-창비
저자 –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번역 이강은)

<책 소개> **교보문고 제공**
러시아의 대문호 똘스또이의 대표 중단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오늘의 관점에서 고전을 재평가하여 꼭 읽어야 하는 세계문학 작품들을 선보이는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똘스또이의 중단편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소설은 삶과 죽음에 대한 거장의 성찰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판사로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던 이반 일리치. 성공의 정점에서 갑자기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간다. 죽음 앞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고통스럽게 되묻는데….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이 자신의 삶 전체를 되짚어보며 그 의미를 파고드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이반 일리치는 무능한 의사들, 이기적이고 무심한 가족들, 그리고 신과 운명을 저주하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죽음을 넘어선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써 보편적 삶의 본질을 통찰한다.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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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고위 관료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이반 일리치. 학업과 사회생활에서 모두 무난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고, 형제들 중 부모님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결혼 역시 그의 조건을 따져 안정적인 여자(집안)과 결혼을 했고, 일에 몰두하며 관료로서 일루고자 하는 탄탄대로의 삶을 밟는다. 누구나 부러워 할 가장 이상적이고 탄탄한 삶을 살아가는 이반 일리치. 하지만 그 안에는 허영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망과 집착 등이 그를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 날, 높은 연봉‘만’을 위해 고민하던 그에게 큰 기회가 왔다. 처남집에서 지내다 아내와 아이들보다 먼저 새로운 지역의 좋은 조건의 자리를 위해 떠난 그는 새집을 꾸미는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허리(옆구리)부분을 다치게 된다. 이후 그 통증은 금세 사라졌으나 이 사고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큰 사건이 되게 된다.

점차 옆구리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그는 저명하다는 의사를 찾아다니기 바빴고 병세가 악화되면서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삶 전체에 대한 회의와 후회, 두려움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그 안에서 그는 자신이 삶아온 삶 자체에 대한 회고와 진정으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큰 고통 끝, 하얀 ‘빛’을 보며 용서를 구하며 세상을 떠난다.

<하고 싶은 이야기>

- ‘죽음’아 아닌 ‘삶’의 이야기
죽음은 누구나 직면한다. 준비가 되어있든 그렇지 않든 세상 누구에게나 가장 공평한 것이 바로 ‘죽음’이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하고 통찰하지 않는다. ‘죽음’의 길로 가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직면한, 직면하고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평생 “옳다고 믿어온 삶”이 사실은 사회적 규범과 체면으로 뒤덮인 껍데기였음을 알리고, 죽음이 눈앞에 왔을 때 비로소 인간은 그것을 깨닫게 된다는 아이러니함을 알린다.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삶을 되돌아볼때 행복했던 순간은 과연 언제인 것인가. 그것이 만약 공허함으로 가득하다면 그것은 ‘방향’이 잘 못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 아닐까.

- 인간의 민낯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는 관점으로 우리에게는 많은 주변인이 존재한다. 이반 일리치 역시 죽음의 과정을 겪으면서 아내와 자식을 비롯해 수많은 주변인을 마주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그’ 였기에, 그의 주변에는 늘 엘리트들로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음을 직면한 순간 그 옆을 지키는 가장 순수하고 거짓없는 존재는 그의 하인 게라심과 아들뿐이다. 무촌이라고 불리는 가장 가까워야 하는 배우자조차 그를 불편한 존재로 여기고 그를 공감해주지 못한다. 정서적으로 단절된 우리 사회에 진짜 고통이 무엇인지 체감하게 한다.

필자가 기록하고 싶은 추천 문장들

"어쩌겠어, 죽었는데. 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 있잖아"

"이반 일리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그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들었을 뿐이고 안정을 취하고 치료만 잘한다면 곧 아주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들 뻔한 거짓말을 해댔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고통과 죽음 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그 자신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거짓말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저자 레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시선뉴스=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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