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정혜인 기자 ㅣ지난달 24일 오후 6시 29분께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름 20m·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로, 왕복 6차선 도로 가운데 4차선이 함몰 범위에 포함됐다. 이에 매몰된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 씨는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싱크홀(sinkhole)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기는 현상을 가리킨다. 산과 들, 바다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생기는 요인은 다양하다. 어떤 싱크홀은 서서히 형성돼 얕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싱크홀은 갑자기 생겨 큰 피해를 부른다. 

싱크홀이 생긴 지역의 지질학적 움직임은 저마다 다르지만 ‘불안정한 지반’에서 생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 상태의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일어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비 온 뒤 땅에 스며든 지하수에 의해 서서히 녹는다. 이때 모래와 나뭇가지 등이 지하수와 함께 흘러 들어간다.

그렇게 지하에는 빈 공간이 생기고, 이미 생긴 구멍은 점점 더 커진다. 그러다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감당하고 있던 압력을 빈 동굴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가 아는 싱크홀이 형성된다.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언급되는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과거 한 집의 전체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집을 지은 지면 아래의 암석이 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플로리다의 땅은 탄산염암으로 이루어졌고, 대부분이 석회암이라 침식작용이 쉽게 일어난다. 

도심 속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원인 또한 지하수에 있다. 도시를 개발하면서 지하수를 끌어다 쓰면 지하수 수위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용량이 늘면 자연 상태 싱크홀이 생길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수가 받던 압력이 땅속 빈 곳에 그대로 전해진다. 그렇게 지반이 무너지게 된다. 너무 많은 지하수를 소비할 경우 멀리 떨어진 곳의 땅도 꺼질 수 있다.

싱크홀 예방을 위해서는 지주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 강철 지주를 설치해 하중을 지탱하는 방법이다. 이에 앞서 지반 침하 위험성 관련 꾸준한 점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고 발생 지역에 ‘경고’가 없던 건 아니었다. 지난달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은 이미 2년 전 서울시 용역 보고서에서 ‘요주의 지역’으로 꼽힌 바 있었다.

지난 3월 28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점 인근은 지반이 연약하고 침하량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 일대가 상수도관이 지나가는 데다, 굴착에 따라 지하수가 유입되고 굴착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반 강도가 계속 떨어질 수 있는 ‘땅꺼짐 위험도 4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번 사고 지점 아래에서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기에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국토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위해 서울시 및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와 관련이 없는 위원으로 위원회 구성했다고 밝혔다. 진상 규명과 함께 도심 곳곳의 지반 점검 및 관리를 강화해 이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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