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여, 제가 부탁했습니까?” 소설 《프랑켄슈타인》 서문에 실린 존 밀턴의 ‘실낙원’ 한 구절은 이 작품이 가진 질문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 똑똑하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존재의 비극은 소설부터 영화, 뮤지컬까지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주돼 왔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새로운 해석이 더해질 때마다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고전.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살펴본다. 

<영화정보>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2025)
SF // 2025.10.22. // 미국, 멕시코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 오스카 아이삭, 제이콥 엘로디, 크리스토프 왈츠, 미아 고스

<신이 되려 한 자, 괴물이 될지니> *스포일러 포함*
1. 서막 

1957년 얼음과 눈으로 가득한 툰드라 지역. 벨기에 왕실의 명으로 북극을 향해 탐험하던 배는 얼음에 갇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선원들의 희망과 달리 앤더슨 선장의 뜻대로 북극으로 가려던 참에, 어디선가 폭발을 발견하게 된다.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한 부상 당한 남자를 발견한 선장과 선원들. 그를 데리고 배로 데려오는데 동시에 괴상한 소리의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 선원들이 쏜 총에도 죽지 않는 괴물.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괴물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2. 빅터 
외과 의사였던 빅터의 아버지 레오폴드와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빅터. 어느날 어머니는 둘째 윌리엄을 낳고 세상을 떠난다. 이후 아버지 레오폴드마저 세상을 떠나고 집안이 기울기 시작한다. 

실력있는 외과의사이자 과학자로 성장한 빅터.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힘들었던 과거로 인해 그는 죽음을 정복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다 후원자를 만나게 되고, 수없이 많은 노력 끝 드디어 피조물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존재가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그를 죽이고 그곳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3. 피조물  
이야기는 피조물의 관점으로 흘러간다. 빅터가 불을 저질렀을 때 피조물은 온 힘을 다해 쇠사슬을 끊고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다 어느 시골 집에 숨어들어갔고 그곳에서 앞이 보이지 않은 할아버지를 통해 말도 배우고 글도 읽게 된다. 그렇게 인간의 따뜻함을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희망과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는 피조물일 뿐. 인간에게는 그저 괴물로 보이는 그일뿐. 그렇게 그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된 자신의 운명에 통한을 느끼며 자신을 만든 빅터를 찾아 나선다. 

<하고 싶은 이야기>   
- 영상미가 만들어내는 ‘프랑켄슈타인’의 공기

영화의 영상미는 압도적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예술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 빅터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배웅하는 장면, 차가운 실험실의 금속 질감, 촛불 흔들리는 어둑한 방, 축축한 지하실의 그림자 등은 영상미를 완성 시킨다. 특히 빅터가 살가죽을 바늘로 한땀 한땀 꿰매는 모습은 보는이를 숨죽이게 만들기도 한다. 

어둠과 빛의 대비가 강한 화면들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배우들은 그 긴장감을 극대로 끌어올린다. 피조물 역시 과장된 특수효과나 공포 위주 연기가 아닌 몸짓과 눈빛을 중심으로 내면을 표현하고 그 모습에 슬픔과 연민이 느껴진다. 

-  누가 괴물인가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에게 윤리란 무엇이고 어느 영역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자연을 거스르는 그 무엇이 가지고 오는 부작용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게 만든다. 영화는 단순히 ‘누가 괴물이 되었는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학의 욕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지식을 향한 갈망과 능력의 과시욕에 사로잡혀 금기의 선을 넘지만, 그 결과를 책임질 준비는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고통은 생각보다 싶다. 

그리고 우리는 현대 과학 기술과 AI 세상에 맞닥뜨려 있으며 인공지능·유전자 편집·생명공학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가 아닌,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먼저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 <프랑켄슈타인>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시선뉴스=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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