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그동안 대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송가에서는 성소수자 영역을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OTT 서비스의 등장 이후 경쟁이 거세지고 시장 구조가 재편되며 미디어 업계들은 마니아층을 잡기 위해 다양한 성소수자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성소수자 콘텐츠엔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본다.

넷플릭스 ‘하트스토퍼’
넷플릭스의 ‘하트스토퍼’는 학교에서 만나 친구가 된 찰리와 닉의 학교생활과 풋풋한 성장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다. 10대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을 그리되, 차별과 왕따, 정신질환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등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드라마 ‘하트스토퍼’는 사회에서 말하는 평범함의 기준에 어긋나는 지점들을 아무렇지 않고 평범하게 풀어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닉이 찰리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고 자신이 게이인지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자신의 성정체성을 뒤늦게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감정 등을 담아냈으며, 정체성을 깨달은 후 마냥 핑크빛일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하트스토퍼는 시즌 3까지 방영되었다.

넷플릭스 ‘포즈’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드라마 ‘포즈’는 LGBTQ의 삶을 다룬다. 드라마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의 몸을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여성이라 하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LGBTQ를 내세우는 드라마에서 이러한 역할을 여성들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왓챠 ‘시맨틱 에러’
2022년 공개된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시맨틱 에러’는 남학생 두 명의 대학 내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 BL(Boys Love) 장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공개 직후 무난한 출발을 하다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역주행했다. 이후 드라마 역주행에 힘입어 시즌2를 논의하려 했지만, 주연배우 박서함의 군 복무와 왓챠 자체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왓챠 ‘올드 패션 컵케이크’
‘올드 패션 컵케이크’는 2021년 치루치루 BL 어워드 베스트 코믹스 부문 1위를 차지한 인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로, 39세 상사 노즈에와 29세 부하직원 토가와의 달콤하고 설레는 오피스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BL은 물론 평범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낄 법한 생각과 고민을 담은 일상에 관한 대사들 역시 보는 이의 공감을 끌어내며 힐링을 선물한다. 여기에 배우 타케다 코헤이, 키무라 타츠나리의 훈훈한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환상적인 케미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웨이브 ‘남의 연애’
‘남의연애’는 성소수자 남성 6명이 한 집에 입주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채널A의 ‘하트시그널’과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같은 연애 프로그램들이 ‘이성애자’들 간의 ‘썸’과 ‘연애’를 다뤄 큰 인기를 얻었다면, 출연진을 남성으로만 구성한 관찰 예능이라는 점이 마니아층 시청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웨이브 ‘메리퀴어’
웨이브의 ‘메리퀴어’에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등장했다. 프로그램은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로 정체화한 성소수자 커플들의 일상을 담아 보여주는 관찰 예능으로, 성소수자들을 향한 사회의 일상적 차별 등 문제의식을 보여줬다. 커밍아웃한 연예계 대표 게이 홍석천이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제작진과 긴밀히 협업하며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실제 퀴어 커플의 진심과 고충을 보여 주는 신선한 기획으로 호평받았다.

티빙·웨이브 ‘오 나의 어시님’
동명의 인기 BL웹툰 원작의 ‘오 나의 어시님’은 19금 웹툰 작가 ‘선호’와 까칠한 천재 어시스턴트 ‘무영’이 일로 만나 사랑까지 낚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작품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상대와 함께하기로 다짐하며 조심스레 다가가는 모습 등 배우들의 감정선 위주로 그려냈으며, 오랜 시간 무대, 드라마 등에서 내공을 쌓아온 FT아일랜드 출신 배우 송승현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총 8부작인 드라마는 영화 버전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외에도 넷플릭스 초창기 오리지널 콘텐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스마일리’ 등은 퀴어 콘텐츠의 개국공신으로 여겨진다. 다양한 성소수자 콘텐츠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제작·공개되며 하나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성소수자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나의 불편함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상처 주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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