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됐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외치던 트럼프 대통령은 슬로건을 현실화하기 위해 각종 공격적인 정책으로 타국 영토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주의’ 레이더망에 든 나라들은 어디일까.

그린란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첫 번째 임기였던 2019년 이후 꾸준히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에 있는 미국의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건네겠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천연자원 등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린란드에는 석유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을 포함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편입할 경우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군사적 요인도 거론된다. 미군은 그린란드에 최북단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를 두고 있는데 트럼프 1기 당시 이곳을 북극 패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공군 우주사령부 산하의 이 공군기지는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 운용에 중요하다. 유럽에서 북미로 가는 최단 사정거리가 그린란드를 통과하기도 한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를 사겠다’는 발언에 논평을 내고 “그린란드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매물이 아니며 앞으로도 매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랜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패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직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방위비 지출을 대폭 증액했고, 왕실 문장을 변경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도 지난 8일 “그린란드가 자체적인 야망이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안다”며 “그 야망이 실현되면 그린란드는 독립하겠지만 미국의 연방주가 되겠다는 야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북미 대륙에 위치한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인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그린란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제안하며 가격으로 1억달러를 제시했다. 구소련과의 냉전 초기였던 당시에도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은 현재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한반도의 9배 이상 넓이를 지닌 그린란드는 지난 2009년부터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국방 및 외교 정책 등은 덴마크에 맡기고 덴마크령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덴마크가 EU 회원국임에도 그린란드는 EU 영토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캐나다

트럼프의 시선은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 파트너인 캐나다에도 향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문제 등을 문제 삼으면서 캐나다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고, 이에 깜짝 놀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마러라고 자택을 급히 방문하자 오히려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하라며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최근 회견에서는 캐나다를 미국에 편입하기 위해 경제적 강압 정책을 쓸 수 있다며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 또 미국이 주도적으로 건설한 뒤 운영해 왔으나 현재는 소유권이 파나마로 넘어간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미국 선박에 대한 과도한 비용 부과와 중국의 영향력 등을 내세워 통제권 확보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불전을 예고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방송된 미국 MSNBC ‘인사이드 위드 젠 사키’에 출연해 미국의 새 정부와 무역전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미국이 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트럼프 1기때) 우리가 그렇게 했듯이 우린 필요시 관세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미국과 캐나다)는 제1의 수출 파트너로, 양국의 국경을 두껍게 만드는 어떤 일도 미국 시민과 일자리에 피해가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권 연합의 내각 불신임으로 총리직을 위협받아 온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당 내분에 휘말려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6일 집권 자유당이 자신의 후임자를 정하는 대로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즉시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팽창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아울러 상대국의 강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한술 더 떠 군사력이나 경제적 압박 수단의 사용을 배제한다고 약속할 수 없다면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가 시작되며 전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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