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지난달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각지 주민들의 집터와 오래된 국가유산들을 앗아갔다. 보물로 지정된 ‘천년고찰’ 고운사 내 연수전과 가운루 등은 전소되기에 이르렀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사찰이 단숨에 불에 타 없어진 것이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인 681년에 신라의 승려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사찰이다. 창건 당시의 이름은 ‘높이 뜬 구름’이라는 뜻에서 고운사(高雲寺)였으나, 신라 말 최치원이 머물며 가허루(駕虛樓)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래 최치원의 호인 고운(孤雲)을 따라 이름이 바뀌었다.

신라 말기에는 그 규모가 커졌다. 신라 말기의 승려이자 고려 태조의 스승이었던 도선이 크게 중창했기 때문이다. 약사전 불상과 나한전 앞 삼층석탑은 도선이 조성했는데, 이후 공민왕이 가허루의 현판을 가운루(駕雲樓)로 바꿨다.

조선 영조(재위 1724∼1776)가 내린 어첩을 보관하던 고운사 연수전은 1902년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고종(재위 1863∼1907)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서 새로 지어졌다. 기로소는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고운사 연수전은 조선시대 사찰안에 지은 기로소 건물로는 원형을 유지한 유일한 사례였다.

또한 고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불교 31총본산의 하나로서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사찰에 해당했으며, 조계종도 제16교구의 본사로 편성해 경북 지역의 말사를 관할하도록 했다. 당시 366간의 건물에 200여 대중이 상주할 정도로 번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 패망 이후에는 크게 쇠락하여 사찰 재산을 잃게 돼 본사로는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게 되었다. 그래도 10여 년 전부터 주변을 정리하고 낡은 건물들을 수리·단청해 잘 보존되어 오고 있었다. 민가로부터도 조금 떨어져 있어 스님들은 정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런데 지난 3월 25일 고운사는 화마에 무너졌다. 이날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0분께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경북을 대표하는 대형 사찰 중 하나였기에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운사에 소장 중이었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형문화유산은 이날 오전 경북 각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석조여래좌상은 방염포에 감싸진 상태로 무사히 이송됐고, 사찰 내 비지정 동산 유물인 소규모 불화와 불상, 도서 등도 영주 부석사박물관으로 대피됐다.

이제 보물 제2078호 연수전을 비롯해 전각 전체는 소실된 상태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국가유산 방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존의 대응 체계와 방재 대책의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기반을 다시 검토해 이러한 소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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