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빨리빨리’의 민족인 우리나라에서 최근 이커머스를 넘어 ‘퀵커머스’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기존에 즉시 배달되던 음식은 기본이고 신선식품부터 가전제품까지, 모든 품목에서의 배달에 속도가 붙었다.

‘퀵커머스’는 즉시 배송이 가능한 전자 상거래 분야를 뜻한다. 통상 빠르면 15분 길어도 1~2시간 이내에 소비자가 주문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하며 서비스 품목은 음식에서 시작해 식자재, 전자 제품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퀵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비대면 소비 비중이 높아지며 확대됐다. 처음엔 배달 음식 시장과 동의어로 여겨졌다. 음식을 제외한 식자재, 공산품 등은 아무리 빨라도 오전 주문 후 오후 배송 또는 다음 날 새벽 배송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 음식의 일반화와 배달 인프라가 자리 잡으며 퀵커머스 시장을 확대했다. 돈을 더 내더라도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의 인식에 발맞출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체가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퀵커머스 사업에는 대부분 이커머스 사업 진출로 유통·배달망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이나 물리적 매장 네트워크를 거점 배송망으로 이용 가능한 중대형 소매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원활한 퀵커머스를 위해선 주문을 받음과 동시에 상품을 준비하고 배송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퀵커머스 현황을 살펴보자. A 마트는 지난달 7일부터 서울 구로점과 왕십리점을 배달의 민족에 입점시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벽 배송을 해왔던 B업체도 지난 6월부터 서울 서대문·마포·은평구 지역에 퀵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10월에 도곡점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퀵커머스 서비스가 가능한 C점포는 이미 1만5000여개에 달하며 D, E 편의점도 퀵커머스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적극적이다. S전자는 지난달 14일부터 가전과 모바일 상품을 구매 당일 배송·설치하는 ‘오늘보장’ 서비스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50만원 이하 모바일 제품도 당일에 받아볼 수 있다. L마트도 앞서 지난 6월 당일 배송·설치 서비스인 ‘오늘 설치’를 시작한 바 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유통 기업 미국 월마트는 현재 미국 6개 주(州)에서 처방약 30분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인도의 배달 앱 업체 스위기, 조마토 등은 ‘10분 내 배달’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퀵 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식료품뿐 아니라 아이폰 등 전자제품도 10분 이내에 배달한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퀵커머스 시장은 당분간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은 2018년 약 35조2900억원 규모에서 올해 23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태티스타는 2029년 전 세계 9억명이 퀵커머스를 이용해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이 37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속도 경쟁이 단기적으론 소비자 편익 증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증가에 따른 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배송 시간의 단축으로 배달 기사의 업무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륜오토바이(ATV)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1만6천567건으로 승용차(13만1천921건)와 화물차(2만4천409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시성비’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퀵커머스의 확산은 저지할 수 없을 듯하다. 정부가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한 적절한 정책으로 대응해 큰 피해 없이 안착하는 ‘퀵커머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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