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과거 우리나라에 비해 풍요로웠던 일본의 경제. 그러나 거품이 꺼지면서 엔화 약세로 수입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 부담이 민생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 임금은 장기간 후진해왔다. 일본 후생노동성 집계에 따르면 일본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2022년 4월 이후 올해 5월까지 26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6월과 7월에 여름 보너스 증액 등에 힘입어 일시 증가했으나 8월에는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상황이 이러자 일본 내에서는 ‘잃어버린 30년’의 악몽이 다시 피어나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은 일본의 거품 경제가 1990년대 초반에 종료된 것을 의미하는 ‘버블 붕괴’의 시기별로 부르는 표현 중 하나로, 버블 붕괴의 시작 이후의 불황을 연도에 따라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버블 붕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일본의 롱텀디플레이션 초기 진입시기인, 1990년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하였고 그로 인해 일본은 10년 넘게 0%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그렇게 힘겨웠던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푸념 속에 경제 재건의 희망으로 옮겨갔으나, 매 정부가 세웠던 경제 극복 정책은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20년’ ‘잃어버린 30년’으로 길어졌다.
일본의 이렇게 길어진 버블 붕괴 여파로 일본의 경제 통계는 점차 마이너스 행보를 보였다. 특히 그 여파로 우리나라는 경제 경쟁국으로도 인식되었던 일본을 추월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천132달러, 일본은 3만2천859달러로 각각 추정됐다. IMF 추정에 따르면, 2023년에도 이미 한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을 앞섰다. 한국은행이 유엔 통계 등을 이용해 비교한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한국이 3만6천194달러로, 일본(3만5천793달러)을 추월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기록된 약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통계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경제에 들이닥치는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그늘이 오랜 기간 드리워지면 국가에 암처럼 작용한다. 통상의 경기변동처럼 약 5년을 주기로 호경기와 불경기가 교차하는 숏텀디플레이션이라 부르고, 5년 이상 최대 30년 이상 지속되는 불경기를 롱텀디플레이션이라 부르는데 후자의 경우 이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을 따로 세워 그야말로 ‘롱텀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실제 일본의 각 정부 역시 ‘잃어버린’이라는 수식을 깨기 위해 다양한 경제 정책을 마련했지만, 별 효용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대표적으로 아베 전 총리의 ‘과감한 돈 풀기’가 특징인 '아베노믹스'가 그렇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전 총리가 '잃어버린 30년'으로 상징되는 저성장 경제에서 탈출하기 위해 내세운 정책 방향이지만, 국민 소득은 늘지 않고 빈부 격차만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기시다 전 총리도 취임 초 '새로운 자본주의'를 구호로 내세우며 아베노믹스로 확대된 빈부격차를 축소하려 부유층 금융소득 과세를 논의하기도 했으나 증시가 부정적으로 반응하자 내각 출범 초 궤도 수정을 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이시바 총리 역시 경제 대책에서 특별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과거 자신이 부정적으로 비판한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옛 아베파 등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애매한 입장을 취하면서,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과거 황금기를 보내다 90년대 한번 휘청하며, 디플레이션(장기적인 물가하락)에 빠져 '잃어버린 30년'을 보낸 일본 경제. 이는 비단 일본만이 직면한 상황은 아니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빚어져 온 우리나라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모습들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먼저 겪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그렇지 않은가. 지난 30년간 일본 경제를 ‘역전’ 했다는 자아도취가 아닌, 우리에게도 드리워질 수 있는 ‘경고’로 인식해 디플레이션의 늪에 늘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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