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살다보면 갑작스럽게 큰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 결혼이나 자가 마련 등 예측할 수 있는 일들을 위해 쓰는 큰돈은 저축 등을 통해 미리 마련해볼 수 있지만, 병이나 질환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큰돈을 써야 할 땐 진퇴양난에 놓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충청북도에서 ‘의료비 후불제’를 시행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료비 후불제’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미루는 취약 계층에 의료비를 빌려줘 제때 치료받게 하려는 제도로 충북도에서만 시행된다. 이는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의 공약사업으로, 돈이 없는 환자를 대신해 농협이 최대 300만 원까지 먼저 의료비를 내주고, 환자는 이를 36개월 무이자로 장기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1월 처음 시작됐다. 충북도는 사업 초기 9억2천만원의 예산을 반영해 두고 도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보훈 대상자, 장애인 중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행했고, 같은 해 11월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했다. 사업이 꾸준히 실효를 거두자, 지난 9월에는 2자녀 이상 가구로 범위를 넓혔고 수혜 대상은 기존 45만 명에서 81만 명으로 늘었다. 

‘의료비 후불제’ 지정 병원은 충북대병원·청주의료원 등 종합병원 12곳과 병·의원 68곳 등 모두 80곳에서 시작해 현재는 도내 255곳(종합병원 13곳, 병원 17곳, 개인의원 225곳)까지 확대되었다. 적용 항목은 임플란트, 치아교정, 인공관절, 암, 산부인과, 심혈관 등 14개 질환 수술 및 시술이다.

한편, 사업 시작 단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료비를 징수율에 따라 기금 관리나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홍서 충북의사회장은 “의료비 후불제는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무료·무상 진료가 아니기 때문에 후불 의료비의 징수 체계를 튼실히 하고 투명한 기금 관리와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금세 잦아들었고, 현재까지도 ‘의료비 후불제’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의료비 후불제’ 신청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신청자는 65세 이상 388명, 기초생활 수급자 446명, 장애인 127명, 국가유공자와 다자녀가구 45명 등이었다. 질환별로는 임플란트가 785건으로 가장 많았고 척추 55건, 치아교정 55건, 관절 53건, 심뇌혈관 28건 등이다. 아울러 상환율 또한 99.2%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개인별 상환내역을 관리해야하고 미상환자에게는 매달 고지서를 발부해야 하며, 혹여나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꾸준히 사업 대상자를 확장하고 있는 이 사업에는 앞으로 더 큰 행정소요 및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그럼에도 노년층은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아도 되고, 자녀를 여럿 키우는 가구는 치아 교정과 같이 치료 시기가 정해진 경우 사업을 적극 활용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저출생 및 고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사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의료비후불제. 타 지역에서도 상황에 맞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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