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지난 달 30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 발표한 신세계그룹. 또 이날 신세계그룹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유경(52)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히면서 국내 대표 대기업 ‘신세계’의 경영이 그야말로 ‘신세계’로 들어섰다.

신세계그룹이 전격적으로 계열 분리를 선언하면서 정용진 그룹 회장과 이번에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가 실질적인 독자 경영의 길을 가게 됐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막을 내리는 수순을 밟게 된 셈으로,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으로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회장이 된 ‘정유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좌)·정유경(우) 남매 회장 [연합뉴스 제공 / 출처 : 신세계홍보팀]
신세계그룹 정용진(좌)·정유경(우) 남매 회장 [연합뉴스 제공 / 출처 : 신세계홍보팀]

앞서 올해 3월 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고,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이 됐다. 그리고 이어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계열 분리되는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런 승계 배경에는 정유경 회장의 역량이 밑받침됐다는 분석이 많다. 정유경 회장은 대중과 소통을 중요시해온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달리 조용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왔다는 평이다.

지난 1996년에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발을 들인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5년에는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백화점 부문의 사업을 키웠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신세계백화점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1번점' 목표를 내세우며 전폭적인 투자를 한 결과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호텔을 연상하게 하는 공간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문을 연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신세계 센텀시티 역시 수도권 외 지역 백화점으로서는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정 회장은 국내 최초의 패션 편집숍인 분더샵을 선보이고, 신세계 한식연구소와 자주·까사미아 등을 통해 식문화와 주거 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등 신세계의 브랜드 가치를 일상의 격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신세계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키운다'는 집념으로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계열 분리를 하려면 기업이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하고,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지분 3% 미만·비상장사 기준 10% 미만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정 회장 남매의 계열분리 완성까지는 지금부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1호가 된 정유경 회장. 정 회장이 이번에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9년 만에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런 성과에 대한 대내외적인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재계 평가다. 또한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과 함께 사업 리스크 분산과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의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장남 등 아들에게로 그룹이나 주요 기업을 물려주는 승계가 지배적인 한국 재계에서 국내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신세계백화점이 유일하게 대를 이어 딸의 몫으로 승계된 상황, 향후 정유경 회장의 경영과 그 성과에 이목이 집중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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