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지난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최초로 선정됐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고,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여겨지는 노벨 문학상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이 밝힌 선정 기준에 따라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4억3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차례 수여됐으며, 상을 받은 사람은 121명이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2016년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강. 2024.10.10 [연합뉴스 제공]
맨부커상을 수상한 2016년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강. 2024.10.10 [연합뉴스 제공]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난 한강은 서울로 올라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강은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는 등 시와 소설 아동문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활동을 했다.

2016년 5월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10 [연합뉴스 제공]
2016년 5월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10 [연합뉴스 제공]

한강은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이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풀어냈다.

그렇게 현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혀 온 한강은 앞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연합뉴스 제공]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연합뉴스 제공]

그리고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노벨문학상 결과를 발표한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의 재능은 음악으로도 이어지는데, 어려서부터 익힌 피아노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는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펴냈는데, 흘러가버린 노래 스물두 곡 속에 작가의 아련한 추억을 담아낸 이 책에 작가 자신이 작사ㆍ작곡하고 보컬까지 맡아 부른 노래 10곡을 담은 음반(CD)을 함께 수록했다. 음반엔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랫말과 선율들을 악보를 쓸 줄 몰라 가사를 적고 계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작가가 직접 한 곡 두 곡 만들어온 노래를 담았다. 한강은 한 산문집에서 어린 시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십 원짜리 종이 건반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국 첫 노벨 문학상 탄생…'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영예 [연합뉴스 제공]
한국 첫 노벨 문학상 탄생…'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영예 [연합뉴스 제공]

연약한 인간의 마음에 깃든 고통을 차갑게 관조하며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키고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사회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가 한강.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들게 된 그의 아름답지만 냉철한 필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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