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北, 3차 정찰위성 발사...러시아 도움 가능성 예의 주시

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북한이 또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북한이 지난 21일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오늘(22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 2023년 11월 22일 가장 뜨거운 이슈 <北, 3차 정찰위성 성공? 러시아 도움 있었을까>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북한 정찰위성 발사 성공?
북한은 전날 밤 발사한 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했지만, 한미 당국은 성공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정찰위성 발사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는 게 끝이 아니라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지상을 촬영한 사진 및 영상도 발신될 경우 위성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본다.

#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은 서둘러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으며, 한미,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해 여러 식별된 상황을 공유, 분석해 판단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설사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하더라도 초기 운용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전개하여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하여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라며 “만일 태양전지판 전개에 실패하거나 지상관제소 지향 실패, 또는 초기 통신에 실패하면 위성 실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 역시 인공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는지 여부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발사와 관련해서는 종합적, 전문적 분석을 시행할 필요가 있어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해부터 유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거듭해 왔고, 미사일 관련 기술과 운용 능력을 급속하게 향상했다. 북한이 향후 위성 발사를 목적으로 하는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새로운 물체가 우주에 진입하면 수 시간 안에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데, 오늘 오전 9시 30분 기준 북한 정찰위성에 대한 정보는 실리지 않았다.

# 북한 군정찰위성 1~3차 발사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에도 군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첫 번째 군정찰위성은 5월 29일 통보해 31일 오전 6시 29분에 발사되었다. 그러나 1단계 분리 후 2단계 엔진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했고, 약 2시간 30분 뒤에 서해에 추락했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최종 잔해물은 전북 군산어청도 서쪽 200여km 해상에 떨어졌다.

두 번째 발사는 지난 8월 24일 오전 3시 50분에 이뤄졌다. 이때 1단계와 2단계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로 오류 발생했다. 이는 위성이 발사된 지 2시간 30분가량이 지난 후였다. 일본방위성은 2차 북한 군정찰위성의 최종 잔해물이 필리핀 동쪽 약 600km 지점 태평양에 낙하했다고 추정했다.

이번 3차 발사에 대해선 아직 분석 중이지만, 북한은 위성이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했고, 발사 후 705초 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궤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 러시아 도움 가능성
북한의 정찰위성이 3차례의 시도 끝에 발사에 성공한 것에 대해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이뤄진 두 차례 발사에서 모두 2단 추진체에 문제가 생겨 실패했었는데, 약 석 달 만에 이뤄진 3번째 시도에서 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할 포탄 등을 수출하면서 그 대가로 정찰위성 발사나 운용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답했다.

# 군 당국 “러시아 참여 가능성 있다”
군 당국은 실제 러시아의 기술 자문 등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 도움을 받아서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도 “(지난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전에도 ‘백두산 계열’(80t급 액체연료) 엔진 기반이 러시아로부터 (해킹 등을 통해 북한에) 들어왔다"며 "정상회담 후에는 러시아 기술진이 들어온 정황이 있다”라고 전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정찰위성과 관련, “러시아에서 기술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고,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우주발사체인 ‘천리마-1형’ 개량 작업에 러시아 기술진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일단 신중한 분위기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북한의 위성 발사 뒤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기술 이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라고 전했다.

# 美, 평가 완료 후 대응 조치 나설 것
미국은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에 대한 평가가 완료되면 독자, 한국 및 일본을 비롯한 소(小)다자, 유엔 안보리 등 다자 차원에서 대응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북한이 이번 위성 발사에 실제 성공했고 여기에 러시아 기술이 사용된 것이 확인될 경우 대응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9·19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응해 ‘9·19 남북 군사합의’ 중 대북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임시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 9·19 군사합의?
9·19 군사합의는 2018년 체결된 것으로, 이를 통해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의 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 능력이 북한보다 월등하다 보니 한국에 훨씬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북한의 잦은 도발로 군을 중심으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9·19 합의 효력 정지는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북한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고자 한다”며 “우리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이며, 우리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 민주당 “잘못된 처방”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태를 계기로 첫 번째로 나온 반응이 9·19 합의 효력 정지인 것 같은데,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고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이 걱정이 사실이 아닐 거라 믿는다”라고 전했다.

# UN, “안보리 결의 위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이 감행한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이날 유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또 다른 군사위성을 발사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모든 결의에 따라 국제 의무를 온전히 준수하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건 없는 대화에 복귀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미국도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한 것을 규탄하고 동맹인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강조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우주발사체(SLV)를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21일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즉각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확인했으며 현재 가능한 정보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 北 정찰위성 기술 어느 정도?
만일 북한의 정찰위성이 영상 촬영하는 단계까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기술 수준 노출을 우려해 이를 공개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북한은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등 두 차례 위성을 궤도에 올린 적이 있지만, 정상 작동이 확인된 적은 없다.

군이 올해 5월 북한의 1차 발사 때 인양된 낙하물을 분석한 결과, 당시 정찰위성에 장착된 카메라의 해상도도 3ｍ급에 불과했다. 이를 보았을 땐, 발사체에 탑재하는 위성체 기술도 아직 조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러시아의 지원이나 밀수 등을 통해 국외에서 고품질 부품을 들여와 성능을 개선했을 가능성이 있어 지켜보아야 한다. 현재 북한의 발사 자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아직 발사 성공 여부는 검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