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 달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중대재해법’. 그런데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고위 협의회를 열고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찬반으로 정치권, 노동계와 기업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2023년 12월 5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유예...첨예한 대립>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중대재해법’이란?
정식명칭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다.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목표로 발의됐으며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내달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이 핵심인데,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대재해의 세부 요건
이 법에 따르면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발생했을 때,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했을 때가 해당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서 1명 이상의 사망자 발생, 동일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가리킨다.

고위 당·정·대 협의회 참석한 신임 대통령실 수석들[연합뉴스 제공]
고위 당·정·대 협의회 참석한 신임 대통령실 수석들[연합뉴스 제공]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50인 미만 사업장 83만 곳의 중대재해법 시행 준비 여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실태를 조사 한 바 있다.

올해 3월 노동부가 한국안전학회에 의뢰해 50인 미만 사업장 1천442곳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내년까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체계를 갖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갖췄거나 내년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이 53%, ‘어렵다’가 47%였다.

#중대재해법 확대적용 2년 유예 추진
앞서 지난 9월, 경영계를 중심으로 준비가 더 필요하다며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이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법 적용을 2년 더 미루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협의회를 열어 다음 달 27일부터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국민의힘이 발표했다.

80만여 개에 달하는 확대 적용 대상 기업이 법 전면 적용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해 법을 개정하려 하는 것이다. 당정은 이와 더불어 재해 예방, 인력 양성·활용 지원, 기술·시설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범정부 '50인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마련해 이달 내 발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도 적극 확충할 계획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연장 문제점 발표하는 민주노총[연합뉴스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연장 문제점 발표하는 민주노총[연합뉴스 제공]

#노동계의 반발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유예 소식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를 위험한 일터로 밀어 넣고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목숨값으로 돈을 벌도록 하는 행위에 결사반대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법 공포 후 시행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제 와서 현실적 예방 운운하며 또다시 시행을 유예하려 하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말”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법 적용 유예에 반대하는 노동자·시민 6만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단순한 시기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무력화를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발언하는 홍익표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발언하는 홍익표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야당의 반응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을 위한 법안을 ‘중소기업 협상력 강화법’과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 사과와 산업현장 안전 계획 수립 등을 전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기들이 실제로 요구하는, 중기의 공동행위 보장에서 협상력 강화를 위한 중기협동조합법과 함께 통과시키자고 제안한다”며 “이게 통과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는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2년 유예 논의 조건은 3가지 원칙”이라며 “2년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한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지원 방안, 2년 유예 이후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당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연장하기로 하며 마치 민주당이 동의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일부 언론이 동조하는 것에 대해 매우 강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구호 외치는 민주노총[연합뉴스 제공]
구호 외치는 민주노총[연합뉴스 제공]

#양대 노총의 반대 집회
양대 노총이 오늘(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3년이나 유예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연기하면 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했던 기업만 바보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법 제정으로 어렵게 확대되고 있던 안전 투자와 인식 전환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유예는 정부와 사용자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할 안전 비용을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챙겨가겠다는 악랄한 시도”라며 “내년 1월 27일 법이 온전히 시행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핵심이라고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위험성평가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을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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