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전년도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상위권을 겨냥한 변별력 있는 문항이 배치되면서 체감 난도가 상승했고, 특히 자연계 수험생의 사회탐구 선택이 폭증하는 이른바 ‘사탐런’이 올해 대입의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주요 입시기관은 “선택과목 유불리가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2025년 11월 14일 이슈체크에서 <#2026 수능>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2026 수능 난도 평가

수능 출제본부는 올해도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는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김창원 출제위원장은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구성했다”며 사교육 기반 문제풀이 기술에 유리한 문항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EBS 현장교사단은 전체 난도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최상위권 변별 문항이 전년도보다 더 세밀하게 배치돼 체감 난도는 상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능이 ‘물수능’도 ‘불수능’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중위권과 상위권의 체감 차이가 크게 벌어진 시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역별 평가
국어_독서 영역의 난도가 상승하며 상위권 체감 난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병훈 EBS 국어 강사는 “독서는 어려워졌지만 문학과 선택과목은 지난해보다 수월했다”며 전체 난도는 작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수학_수학은 작년과 비슷한 흐름이지만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주요 문항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심주석 EBS 수학 강사는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이 적절히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영어_영어는 절대평가 체제임에도 상위권 변별력이 강하게 나타났다. 김예령 EBS 영어 강사는 “지문 자체는 과도하게 어렵지 않지만 선택지 오답 매력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했다”며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난도라고 분석했다. 일부 입시기관은 영어 1등급 비율을 3.8%로 추정했는데, 절대평가 도입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한 수치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작년보다 확실히 어렵다” 입시업계 반응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을 “작년보다 확실히 어렵다”고 공통 평가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실장은 “국어·수학은 9월 모평과 유사한 수준, 영어는 그보다 다소 어려웠다”며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충분한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투스는 “상위권 변별을 위해 일정 난도 이상의 문항을 배치한 영향으로 시간 관리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로학원 역시 “국어·수학 모두 상위권을 가르는 문항이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사탐런??

올해 수능 최대 변수로는 단연 ‘사탐런’이 꼽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사회·과학탐구 응시자 중 77.3%가 사회탐구를 선택해 지난해보다 15.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과학탐구만 선택한 수험생은 12만여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사탐 쏠림은 대학들의 ‘과탐 필수’ 조건 완화에서 비롯됐다. 자연계열 진학 희망자에게 요구하던 과학탐구 응시 제한이 완화되면서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탐구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됐다. 김창원 출제위원장은 “학생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려는 본능이 있다”며 현상 자체가 구조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러한 쏠림은 과목 간 난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표준점수 격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사회문화는 다소 어렵게, 생활과윤리는 비교적 쉽게 출제됐고, 과탐에서도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 사이 난도 차이가 확인됐다. 종로학원은 “인기 과목 4종에서 표준점수 격차가 발생해 대학별 반영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사회탐구 응시자의 1등급 구간이 두터워지면 동점자가 대량 발생해, 결국 국어·수학·영어에서 한 문제 차이가 합격선을 가르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연계 수험생이 인문·상경계열로 교차지원할 때 상대적 불리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88(창원)지구 제2시험장인 창원 사파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막바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88(창원)지구 제2시험장인 창원 사파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막바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등급컷 추정

주요 입시기관의 추정치에 따르면 국어 1등급 컷은 지난해보다 크게 내려갔다.
*언어와 매체: 85점 안팍(전년 대비 5~7점 하락)
*화법과 작문: 89점 안팍(전년 대비 4~6점 하락)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매 146~147점, 화작 143~146점으로 추정된다.

수학은 선택과목별로 차이가 있다.
*확률과 통계: 90~92점(전년 대비 2~4점 하락)
*미적분·기하: 지난해와 유사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8%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입 지형변화

올해 수능 지원자는 55만여 명으로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07년생 ‘황금돼지띠’가 고3이 된 영향으로 재학생 비중이 늘었고, 졸업생은 줄었다. 의대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1,487명 감소해 자연계 최상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사탐 인정 확대, 표준점수 격차, 탐구 선택 유불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시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예측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복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시 청소년 거리 상담

한편, 서울시는 수능 다음 날인 14일 오후, 홍대·신림 등 청소년 밀집 지역 다섯 곳에서 청소년 거리 상담을 진행한다. 가정 밖 청소년 보호와 가출 예방을 위한 현장 상담으로, 올해 마지막 일정이다.

일시: 11월 14일 오후 3시~9시
장소: 상산어린이공원, 천호로데오거리, 신림역사 안, 미리내공원, 홍대 레드로드 광장
참여 기관: 청소년쉼터·센터 등 31개 기관, 약 110명
상담 내용: 가정 갈등·학업 스트레스·학교폭력·온라인 유인·디지털 성범죄 대응
부대 프로그램: 응원 배지 만들기, 소원나무 꾸미기, ‘일자리부르릉 버스’(진로탐색·직업적성)

수능 직후의 해방감과 긴장 사이에서 흔들리기 쉬운 청소년을 위해 열린 상담 창구로, 누구나 현장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다.

2026학년도 수능은 난도 상승과 사탐런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시험이었다. 선택과목의 유불리, 표준점수 격차, 영어 상위권 압축 등 여러 변수가 대입 결과에 중첩될 가능성이 높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불안이 아니라 남은 절차를 차분히 준비하는 일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모두 수고했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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