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1심에서 주요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직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의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도 불만과 항의가 들끓고 있으며, 여야도 이를 두고 정치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1월 11일 뜨거운 이슈 <검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대장동 비리’ 판결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선고 공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해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규정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1천만원이 선고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이 내려졌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각각 받았다. 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한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천200만원이 선고됐다.

다만, 책임 소재와 관해선 추진 과정 전반에 관여한 유 전 본부장을 ‘실체’라고 판단했고,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재권자이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나 판단이 없었다.

#검찰, 항소 포기
논란은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며 발발했다. 형사 사건은 판결에 불복할 경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해야 하는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 없게 됐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검찰청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는 당초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었지만, 법무부 측에서 항소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논의 끝에 ‘항소 금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뜻을 꺾지 못하고 검찰 지휘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한편, 1심서 중형이 선고된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피고인 5명은 모두 항소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수사팀 “지휘부가 항소금지 지시”...정진우 중앙지검장 사의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로 항소하지 못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사법연수원 34기) 대구고검 검사가 정리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김만배·남욱 등 5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진 뒤 지난 3일 검찰 수사팀과 공판팀은 만장일치로 항소 제기를 결정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항소 제기 방침을 결정해 대검찰청에 승인을 요청했고, 담당 연구관은 6일 오전 안동건 대검 반부패1과장이 박철우 반부패부장에게 이를 보고 중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후 저녁 7시30분께 회의 과정에서 ‘대검 반부패부장이 재검토해보라고 하면서 불허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이에 중앙지검 지휘부를 통해 대검에 항의했으나, 지휘부는 항소를 포기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사팀은 전결 권한이 있는 중앙지검장의 판단하에 항소장을 제출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으나, 이준호 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대검에서 불허했고, 검사장(중앙지검장)께서도 불허해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수사팀은 이에 불허 지휘의 근거와 이유를 알려달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이 차장은 ‘대검으로부터 배임 유죄 선고 및 유동규는 구형보다 중형이 선고돼 항소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를 통보받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 8일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돌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국힘 “권력형 수사외압...윗선 개입 여부 밝혀야”
국민의힘은 지난 8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 권력형 수사외압”이라고 비판하며 친명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의 사퇴와 함께 외압의 전모를 밝히기 위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항소 포기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공범인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달고 살던 이해충돌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기할 것은 항소가 아니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라며 “애당초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이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포기했어야 하고, 항소 여부를 검찰이 법무부와 상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선 “죄는 아버지가 저질렀는데 아들이 감옥 가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9일엔 이를 지시한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항소 포기 지시는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며 “이재명 정권의 잔인한 권력에 굴종한 수뇌부가 결국 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대장동 범죄 수사를 스스로 봉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수사는 물론 국정조사까지 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명백한 탄핵감”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여부,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긴급 현안질의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를 내일 개회할 것을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요구한다”며 “또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경위를 즉시 공개하고 대통령실의 개입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발언하는 김병기 원내대표/연합뉴스
발언하는 김병기 원내대표/연합뉴스

#與, 국정조사·상설특검·청문회 검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액션에 더 큰 리액션으로 맞받아쳤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대북 송금 사건 등을 놓고 검찰을 겨냥한 국정조사,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권 남용과 조작 기소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며 “대장동·대북송금 검찰 수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 수사와 거짓 진술 강요, 억지 기소를 벌였고, 재판에서 패하자 반성은커녕 항명으로 맞서고 있다”며 “민주당은 결단하겠다. 조작 수사, 정치 검찰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조직적인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무부는 즉시 감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수사팀과 일부 검사들은 항소 자제를 부당한 지시라며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공직자로서 본분을 잊은 명백한 항명”이라고 지적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연합뉴스

#檢총장대행 입장문
후폭풍이 거세지자 검찰에서는 입장문을 내놨다. 노만석(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9일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했다”며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의한 중앙지검장, 반박 입장문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지난 8일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당시 결정과 관련해 중앙지검은 끝까지 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검찰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검사장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검의 지휘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앞선 노 대행이 ‘협의’를 거쳐 숙고 끝내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것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중앙지검은 끝까지 항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대검이 항소 포기의 뜻을 굽히지 않아 결국 대검 지휘권을 존중해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대검이 중앙지검 및 수사팀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하고 항소 포기를 지시했으며, 이에 동의할 수 없어 사의를 표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사장들 '총장대행 항소포기 경위 설명 요구'/연합뉴스
검사장들 '총장대행 항소포기 경위 설명 요구'/연합뉴스

#전국 검사장·지청장들 집단성명...“항소포기 설명하라”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 노 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검사장들은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짚었다. 이어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되짚어 양측 엇갈리는 입장을 대비시켜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추가 설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청장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년에 걸쳐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돼온 중대 부패범죄 사건에서, 직접 공소유지를 담당해온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합리적 설명 없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경위에 대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노만석 검찰총장대행 휴가...거취 고민
사태의 여파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노 대행이 11일 하루 휴가를 냈다. 사태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 노 대행의 책임론이 확산하자 거취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규·김만배/연합뉴스

#항소심, 서울고법 형사3부 배당
한편,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의혹과 관련한 민간업자들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형사3부는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로, 이재명 대통령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항소심을 배당받았으나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공판기일을 추후지정 상태로 변경해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소나무당 송영길 대표의 항소심 재판도 맡고 있다.

#전망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도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들이 총 7천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뇌물액 473억3200만원만 추징했다. 검찰이 요구한 금액의 10분의 1도 안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며 향후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은 473억원으로 막히게 됐다.

#검찰 지휘부 향한 내부 반발
민주당 주도로 대대적인 개혁을 앞두고 있는 검찰이 벌써부터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자 내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휘부가 원칙보다 ‘자리 보전’에 무게를 둔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기소 자체가 뒤집힌 것도 아닌데, 법원이 핵심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건에서 ‘항소 포기’ 카드를 꺼낸 결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통상 부동산 개발 비리를 포함한 사기·횡령 사건은 범죄수익 규모가 커 1심 중형이 선고되더라도 일부 무죄·양형 쟁점에 대해 항소심 판단을 구하는 것이 관행에 가깝다.

그간 검찰청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지휘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불만이 누적돼 온 데다, 이번 사안이 겹치며 잠재돼 있던 내부 갈등이 본격 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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