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먹사니즘’을 확장한 개념인 ‘잘사니즘’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삼겠다”며 “진정한 사회 대개혁의 완성, 그것이 바로 잘사니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이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먹고사는 문제’라는 뜻으로 당시 이 대표는 당 대표 연임을 위한 출마 선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리고 그는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최종 85.40%의 득표율로 연임하게 되었다. 이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이후에도 민생과 경제 위기를 타개하는 데 집중하며 줄곧 ‘먹사니즘’ 기조를 유지해 오다 최근 새 비전으로 ‘잘사니즘’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희망을 만들고,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라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민생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라며 정부에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야당은 지난 13일 소비 진작을 위해 13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지급 방안을 포함한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하자고 정부·여당에 제안했으나 여당은 부적절하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추경과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 현 상태에서도 저희는 추가경정예산을 15조~20조원 규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앞서 여당은 이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반성과 자기 성찰이 없다. 잘사니즘이 아닌 뻥사니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언급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해선 “여야가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충분하게 토론하고 의논해서 나와야 하는 의견 중 하나”라고 짚었다.

여당은 특히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두고 이 대표가 ‘우왕좌왕’ 정책 행보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적용 예외’ 문제와 관련한 토론에서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는데, 연설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잘사니즘’ 노선이 비판받고 있다. 이 대표의 노선이 당의 정체성에서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당내에선 앞으로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비명계와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고물가와 불경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앞으로 정치권의 움직임이 민생경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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