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친환경 기조 속에 확산한 ‘플라스틱 사용 자제’ 움직임. 특히 일상 속에서 대거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종이빨대로 교체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종이빨대가 오히려 더 환경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비자의 플라스틱 빨대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종이빨대’를 둘러싼 물음표가 증폭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일상 속에서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던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일회용 식기 등은 친환경 기조 속에 점차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거론되어 왔으며, 이것들에 대한 사용 규제가 곧 현대적 환경보호 정책 기조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중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오염의 주된 원흉 가운데 하나이자, 지구를 괴롭히는 대명사처럼 인식되었다. 이러한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해 플라스틱이 아닌, 방수 코팅 된 종이로 만든 ‘종이빨대’가 권장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부는 지난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2022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계도 기간을 두고 본격 금지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국내 주요 카페 및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 기업, 개인 카페 및 식당 등이 종이빨대 도입에 적극 나섰고, 자연스럽게 종이빨대 생산에 뛰어든 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종이빨대의 친환경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환경부가 연구기관에서 받은 '1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 용역 보고서가 그렇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립과 소각 둘 중 어떤 방법을 쓰든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인식 속에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사용되어 온 종이빨대가 오히려 유해물질을 더 배출한다는 결과에 아우성이 일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수분을 흡수하는 종이의 특성상 플라스틱 코팅을 해야 음료를 빨아 먹는 빨대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 이 종이빨대를 분해하려면 플라스틱 코팅을 분리해야 하는데 그러면 처리 비용이 추가되 부담을 늘리는 꼴이 된다.
물론 종이빨대의 반전을 알린 보고서는 그저 해외 연구 사례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내 업계는 생분해성 코팅제를 사용하는 국내 생산 종이빨대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한다. 전국종이빨대협의회는 지난해 9월 입장문을 통해 "8년간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매년 2회 및 수시 안전성 독성검사를 통해 안전하다는 시험성적서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환경부 역시 종이빨대의 환경 영향 우려에 대해 "해외 연구 사례를 수집·취합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나 저러나 종이빨대가 마냥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에는 균열이 생겼고, 계도 기간이 지난 후 금방이라도 종이빨대 의무화가 될 것처럼 보였으나 막상 2022년이 되자 한 차례 계도 기간이 연장되었다가, 이듬해 11월엔 계도 기간이 아예 무기한 연장, 사실상 규제 조치가 철회한 셈이나 다름 없이 되었다.
두 번째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도 종이빨대에 대해 반대를 분명히 하며, 찬반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도 종이 빨대 대신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권장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또 권장하고 나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히며, 연방 정부와 소비자의 플라스틱 빨대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친환경 정책의 대표격으로 인식되다 점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종이빨대. 자칫 종이빨대를 둘러싼 많은 의문들이 플라스틱 소비 축소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 자체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가 많다. 종이빨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평가가 시급한 가운데,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의 환경 전주기평가(LCA)에 착수할 계획이다. LCA는 제품의 생산, 소비, 폐기까지 전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이를 통해 종이빨대와 플라스틱 빨대의 환경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목표로 알려졌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오락가락 하는 정책이 아닌 명료한 친환경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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