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제치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시청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중증외상팀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실제 중증외상센터를 향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로, 365일 24시간 교대 근무로 운영된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크게 다친 환자들이 언제든 올 수 있어 의료진이 빈틈없이 상주해야 하며, 급박한 수술을 ‘바로’ 진행해야 하기에 전담의들의 겸직은 명백한 금지 행위다.

외상 치료는 특히 전쟁 중일 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는 항상 전쟁이 있었기에 이를 위한 노력이 곳곳에 있었다. 제정 로마 시대를 연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치 체제를 바꾸는 등 여러 업적을 남겼는데, 군대를 위한 의사를 따로 선발하기도 했다. 그는 군의에 대한 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시민권 부여’라는 혜택을 뒀다.
지역별, 시대별로 외상 치료의 형태가 다르다가 지금과 비슷하게 갖춰나간 건 19세기 미국부터다. 1861~1865년 남북전쟁 당시 대통령이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처음으로 ‘외상응급처치’라는 개념을 확립시켰다. 그가 외상 매뉴얼을 작성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중증도 분류가 이루어졌고, 그 덕에 부상병들의 생존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까지 겪은 미국은 1946년 힐 버튼 법(Hill-Burton Act)을 제정했다. 전쟁이 끝날 때, 병원들에는 병상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법을 통해 ‘병원과 의료시설에 대한 최소 필수 시설 및 장비’에 대한 권장 사항을 최소한의 충족 기준으로 적용했다.
그 후 한국 전쟁을 지나며 앰뷸런스와 헬기 이송까지 도입됐다. 그렇게 외상 관리체계가 급격히 발전해 미국의 외상센터는 1950년 출범했다. 그런데 고속도로의 발달로 사고에 의한 외상환자가 월등히 증가하는 문제가 나타나자, 1966년 국립과학원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외상성 손상은 국가적 전염병”이라고 표현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응급의료 서비스 시스템 개발이 의무화될 수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 외상센터는 ‘아덴만 여명 작전’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탄을 맞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위해 이국종 교수가 긴급 파견됐다. 이 교수는 40만 불에 이르는 에어 앰뷸런스 비용을 자신이 내겠다고 강조하며 수술을 추진했고, 석 선정은 의식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외상치료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중증외상센터 설립 등을 담은 응급의료법이 2012년 시행되었으나 매년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올해는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문을 닫을 뻔했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로 국회 예산안 심의 때 증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시의 재난관리기금 투입으로 당장의 위기는 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효율적인 체계 확립을 위해 2020년쯤 응급수술전담팀(Acute care surgeon, ACS)을 적용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ACS 도입으로 외상센터의 여러 문제를 해결한 해외 사례들과는 달리 부족한 인력과 재정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현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중증외상센터가 앞으로는 더 원활히 운영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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