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과거에 많이 사용되었던 “티끌 모아 태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러모로 계층 탈출이 어려운 요즘이다. 과거에는 ‘고생’이라는 씨앗이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는 과정이 어떤 공식처럼 여겨질 만큼, 성공과 계층 탈출이 나의 노력 여부에 달리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노력이 ‘성공’과 ‘계층 탈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졌다. ‘빈곤수렁’이라는 말이 사용될 정도다.
빈곤수렁이란 빈곤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빈곤의 늪을 도저히 빠져나지 못하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빈곤수렁은 단순한 ‘빈곤’보다 더욱 비참한 말이다. 현재 빈곤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자립적인 삶을 꾸리기 어렵게 되고, 이것이 또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기 위한 기회 부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빈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빈곤수렁은 단순히 개인의 상황과 노력 여부에만 달려있지 않다. 노력해도 안되는, 혹은 노력조차 할 수 없는 현재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가정의 빈곤이 세대 간으로 대물림 되듯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는 자칫 ‘해도 안된다’는 ‘포기’로 이어져 큰 사회문제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소득 계층이 올라간 사람, 즉 빈곤의 늪을 탈출한 사람이 1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 걸로 조사됐다. 심지어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 가운데 3분의 1은 5년 뒤에도 최하위 계층을 벗어나지 못한 걸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개인의 능력과 선택에 따라 계층 상승의 기회가 어느 정도 열려 있을까’를 엿볼 수 있는 통계 역시 우리 사회의 빈곤수렁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통계청이 약 1천100만 명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을 추적한 결과, 2017년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 속하는 사람들 가운데, 5년 뒤에도 여전히 1분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31.3%에 달했다. 이에 반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같은 기간 63.1%가 5 분위에 머물렀다. 즉 최상위 부자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5년 뒤에도 여전히 최상위 부자라는 뜻이다. 이는 즉 계층 이동성, 즉 사회의 역동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가난할수록 아플수록 빈곤수렁의 깊이는 더욱 심했다. 한국에서 저소득층 가구가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소득을 잃을 경우 빈곤의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비교적 큰 것으로 드러난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14개 나라의 사회안전망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연령층 가구’ 중 소득 하위 10%에서 ‘기여형 급여’를 받은 가구 비율은 7.2%에 그쳤다. ‘자산조사형 급여’를 받은 비율도 36%로, 분석 대상으로 삼은 14개 구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빈곤수렁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이것은 즉 소득 이동성이 약하다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또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 나아가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빈곤수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저소득 가구를 보호하기에는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성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금수저’와 ‘흙수저’를 나누듯 기회의 창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계층별 맞춤 지원 등 희망의 불을 꺼버리지 않을 노력이 절실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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