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난 1월 22일(이하 현지시간) 추가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크게 확산했다. ‘휴스 산불’로 명명된 이 화재는 불과 약 5시간 만에 여의도 면적(4.5㎢)의 7배가 넘는 규모로 퍼졌고, 당국은 이 일대에 거주하는 2만 명에게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 LA 산불처럼 대규모로 발생한 산불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산발적으로 발생한 ‘LA 산불’

LA 산불 [사진/UPI 연합뉴스]
LA 산불 [사진/UPI 연합뉴스]

지난 1월 7일부터 LA 광역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가 위성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불은 발생한 지 5일 만에 여의도 면적의 35배인 102.4㎢ 규모 대지를 태웠다. 1월 9일부터 사흘간에는 직접적으로 피해 본 지역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최초 발생 2주가 지나서야 산불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AP통신은 이번 산불이 최소 40년 내에 캘리포니아주의 도시 지역을 가장 크게 태운 화재라고 분석했다.

서부 해변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과 동부 내륙에서 번진 이튼 산불로 소실된 건물은 1만 2천여 채로 추정됐으며, 이에 따라 수만 명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다. 두 화재 지역에서 최소 28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두 산불의 진압률은 지난 1월 22일 기준 각각 68%와 91% 수준, 불은 계속되었다. 장기간의 화재로 발생한 재와 유독한 연기가 계속 공기 중에 퍼지며 공기질을 악화시켜 LA 일대에는 대기질 경보가 발령됐다.

두 번째, 극심한 피해 남긴 ‘하와이 산불’

하와이 집어삼킨 화마 [사진/마우이 AFP=연합뉴스]
하와이 집어삼킨 화마 [사진/마우이 AFP=연합뉴스]

2023년 8월 8일에는 미국 하와이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로 3천5백여 명이 대피했고, 115명이 숨졌다. 화재가 발생한 마우이섬에서는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든 이들도 있었다. 화재 당시 호텔 등 숙박시설 포함해 2천600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으며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모두 불통인 상태였다. 이후 마우이섬의 중심지 라하이나는 모두 불에 타 폐허로 변했다. 손실 규모는 약 1천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으나 주변 소화전에 물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수압이 낮은 탓에 분무기를 뿌리는 수준에 그쳐, 화재 진압에 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수도관은 손상돼 소화전에 공급되는 수압이 내려갈 수밖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강풍으로 소방헬기가 바닷물을 퍼오기도 힘들었다. 이 산불은 1918년에 발생한 미네소타 산불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전역 집어삼킨 ‘캐나다 산불’

캐나다 산불 [사진/연합뉴스]
캐나다 산불 [사진/연합뉴스]

하와이 산불이 발생했던 시기, 캐나다 또한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2023년 4월 26일부터 시작해 캐나다 전역으로 확산한 산불이 같은 해 9월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합동 산불센터(Canadian Interagency Forest Fire Center)에 따르면 2023년 8월 2일 기준 총 1천여 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었으며, 그중 660건이 통제 불능 상태로 추정됐다. 당시 수도 오타와에서 500km가량 떨어진 퀘벡주에서는 여의도 약 1,400배 규모가 피해를 보았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 데이비드 이비 주총리는 2023년 8월 18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우리 주의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당국은 이 산불이 ‘캐나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산불’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전역에 걸친 산불로 연간 최대치의 2배를 넘는, 무려 2억 9천만 톤의 탄소가 배출됐다.

위 산불들은 건조함과 강풍으로 쉽게 잡히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에서는 지구 온난화 가속화로 미래의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가뭄·폭우·한파와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이 우려해 온 ‘기후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앞으로 더 극심해질 이상기후, 모두의 노력으로 그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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