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와 내년 1월 그의 집권이 맞물려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유럽에선 트럼프의 집권 이후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겹쳐 유로화 약세가 펼쳐지고 있어, 시장에선 ‘유로 패리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로 패리티’는 유로화와 달러 환율이 1:1로 동일해지는 상태로,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럽 경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이는 주로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가 동시에 일어날 때 발생한다.

이처럼 두 개의 통화를 비교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각국 외환시장에서의 거래가 대부분 미 달러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타 통화 간 외환시장은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을 통한 직접적인 환율의 형성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미 달러 기준의 재정환율이 사용되곤 한다.

다시 유로 패리티로 돌아와 보면, 지난달 22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1유로당 1.0418달러를 기록해 2022년 11월 29일(1유로당 1.0331달러)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같은 달 5일 약 1.09달러 수준이던 환율이 이튿날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된 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유로화는 평소 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유로화가 처음 출범한 지난 2002년 이후 유로 패리티가 무너졌을 때는 2002년과 2022년 하반기뿐이다. 2022년 유로 패리티가 무너진 것은 코로나19 당시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에 자금이 쏠려 당시 달러가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유로 패리티의 붕괴 조짐도 2년 전처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다. 미국은 최근 생산자물가가 상승전환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내에서도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에 몰리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 후보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지명한 것도 강달러에 힘을 실었다. 베센트 후보자는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그림자 연준 의장’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6년 5월까지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훨씬 전에 후임자를 지명해 파월 의장의 영향력을 낮춘다는 구상안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 연준의 불협화음도 시장 변동성에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반면, 유럽은 경기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침체가 심각하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구조적 변화와 지속적인 경제 약세를 감안할 때 내년에 상당수의 기업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예고에 수출 위주의 유럽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의 추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로 패리티’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전 세계의 균형추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까지 약 한 달여 남은 가운데, 각 나라는 앞으로 벌어질 격변들에 대비할 수 있는 방파제를 마련해야 할 때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