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서울 종로구)ㅣ이번 주 첫눈부터 폭설이 내리며 곳곳에서 교통대란이 있었다. 많은 눈이 쌓이면서 ‘눈 폭탄’을 머금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내려앉아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겨우 여름을 벗어나 예년보다 늦은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전국에서 단풍 명소로 꼽히는 장소들이 많은데, 서울 도심 속에는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보통 11월의 석파정은 단풍으로 붉게 물든 나무들이 가득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지난 11월 초순에는 잎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빛이 꽤 많이 보였다. 이때 석파정(정자) 앞에는 초가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석파정은 조선 말기 별장으로 사용된 근대 유적이다. 이조판서,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김흥근이 인왕산 북동쪽의 바위산 기슭에 이를 지었고,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뒤 대원군의 별서로 사용했다. 별서는 별장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별장보다는 비교적 오랫동안 집 대신 지내는 공간을 의미한다. 석파정은 1974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864년부터 1910년까지의 역사가 기록된 『매천야록』에 따르면 대원군은 김흥근에게 별서의 매매를 제안했으나 계속 거절당했다. 그러자 아들 고종을 행차하게 하여 하룻밤 묵게 한 뒤, 임금이 기거한 곳에 신하가 살 수 없다며 소유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바위로 둘러싸인 풍경에 감탄한 대원군은 자신의 호를 석파(石坡)로 짓고, 이곳을 석파정이라고 불렀다.

석파정 가장 안쪽에는 위압감을 풍기는 너럭바위가 있다. 코끼리와 닮았다며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린다. 인왕산의 영험한 기운을 담고 있다고 해 예전부터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도 너럭바위 앞과 석파정 구석구석에는 소원돌탑들이 쌓여 있다. 다만 이미 적당한 돌들은 다 쓰였는지 위에 새로 올릴만한 크기의 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석파정은 서울미술관 부대시설로 미술관 입장료를 낸 뒤 함께 볼 수 있다. 한때 석파정은 소유권이 여러 차례 이전되다가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이 매입하며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안 회장이 평소 수집한 이중섭의 그립들도 서울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계절의 풍경과 미술품들이 함께 있는 석파정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경험하기 힘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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