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지난 17~18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로 인해 3천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폭발을 두고 배후와 방법, 시기, 목적 등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기됐다.
‘워키토키’는 떨어진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양방향 무선 전화기를 가리킨다. 보행 중에도 통화가 가능한 휴대용 소형 송수신기지만, 근거리 통신만 가능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군인들의 소통에 사용되었고, 지금은 보도·경찰용·건설 현장 등에서 쓰이고 있다.

삐삐는 호출 전용이라는 점에서 워키토키와 다르다. 발신자가 전화를 걸면 호출기에서 진동이 울리거나 ‘삐삐’ 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삐삐는 1982년에 처음으로 나와,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된 통신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휴대전화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거의 사라졌다.
이들은 모두 무선 통신 기기의 발전을 이끌었는데, 워키토키의 경우 양방향 라디오를 휴대화한 것이다. 캐나다의 발명가 돈 힝스(Donald Hings)는 1937년 이 같은 시스템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워키토키가 군용 무전기로 쓰이며 크게 성장했다.
이스라엘과 충돌하고 있는 헤즈볼라도 최근 통신보안을 위해 몇 달 전 삐삐와 무전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삐삐와 무전기들은 갑자기 대량으로 폭발했다. 연이은 폭발에 대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진·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날 무전기 폭발의 위력이 전날 삐삐 폭발보다 더 강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NYT는 무전기가 삐삐보다 더 크고 무거우며, 이날 폭발은 전날보다 더 큰 화재로 이어졌다며, 이는 “더 많은 폭발물이 탑재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서방 매체들은 이스라엘을 이번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제작·유통 과정에서 기기마다 배터리 옆에 무게가 수십g인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를 심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이란도 해당 사건을 이스라엘의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격화하자, 24일 이스라엘과 레바논으로 향하는 항공편 운항이 속속 중단됐다.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34개가 취소됐다.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플라이두바이, 이집트항공 등이 운항을 멈췄고,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예정됐던 위즈에어, 영국항공, 아제르바이잔항공 등의 이착륙 비행기 편까지 모두 취소됐다.
이번 사건은 통신 기기를 치명적인 폭발물로 바꿨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일상적 도구의 무기화’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가 양측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더 이상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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