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인권’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로, 생명의 가치를 존중받을 권리인 ‘생명권’,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 ‘자유권’,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평등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인 ‘사회권’ 등을 내포하고 있다. 1948년 국제연합(UN)은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하며 인권 보호를 위한 각종 국제규약을 채택하였으며, 국제인권위원회 등을 두어 전 세계 ‘인권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에는 여전히 인권 침해가 만연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랑인 수용시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부랑인 수용시설’은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부랑인을 강제로 수용해 폭행, 강제노역 등이 이루어진 시설이다. 이는 1960~1980년대 부랑인 정책의 하나로, 정부 주도하에 운영됐다.

세간에 부랑인 단속 및 수용을 위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던 ‘부랑인 수용시설’의 실체는 1987년 시설 중 하나였던 ‘형제복지원’의 인권 침해 실상이 폭로되며 세상에 드러났다. 이곳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은 1987년 3월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자, 35명이 집단 탈출을 감행해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검찰 조사를 받은 형제복지원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가 폭행 후 강제 노동을 시키고, 원생들이 숨지면 암매장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75~1986년까지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이는 3만8000여명, 이 가운데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지난달 9일 부랑인 수용시설이라는 이름 아래 감금·폭행·강제노역 등이 이뤄졌던 ‘제2의 형제복지원’들의 실상이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를 통해 무려 37년 만에 드러났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휴일 없이 매일 16시간 무급노동을 하거나 도시 재건 사업에 동원되었고, 시설 규칙 위반 시 독방에 감금되거나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다른 시설로 강제 전원 되는 경우가 잦았으며, 시설 간부로부터 구타를 당해 사망에 이르는 등의 인권 침해를 당했다. 또 시설에서 출산할 경우 자녀의 친권 포기를 강요해 신생아를 입양알선기관으로 보내고, 시설에서 사망한 수용자 시체를 해부실습용 시신으로 교부한 사례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회복 조치, 시설 수용 및 인권 침해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국가에 권고했으며,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다른 집단수용시설 피해를 포괄하는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보상과 재활 서비스 등을 위한 종합적인 피해 회복 대책을 마련하라고도 강조했다.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은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금액이 인정됐다. 그러나 위자료 과다 등을 이유로 정부가 항소하면서 피해자들은 국가의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부랑자 수용시설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김대우 씨는 국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5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971년 부산진구에서 태어난 김 씨는 1971년 형과 함께 놀다가 ‘따라오라’는 경찰의 말에 파출소를 거쳐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고, 퇴소와 입소를 반복하며 1981년, 1982년, 1983년 등 세 차례나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바 있다.

인권 침해의 참혹한 현장이자 국가 주도로 운영되었던 ‘부랑자 수용시설’. 부랑자로 몰려 강제 수용됐다가 죽어서야 지옥을 나갈 수 있던 이름 모를 피해자들과 생존했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모두 적절한 배상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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