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각계의 의견이 갈렸다. 특히 개혁안에 담긴 ‘자동 조정 장치’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정부는 자동 조정 장치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 연금 재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지만, 연금 관련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자동 조정 장치는 출산율, 기대 수명, 경제성장률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 조정 장치는 물가 상승률에 더해 기대 여명 또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는 시점, 기금 감소 5년 전, 기금이 감소하는 시점 등 재정 위험도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한다. 또 기대 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출산율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춘다. 현재 지급액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서만 조정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국민연금에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0.72명이라는 출산율은 우리나라밖에 없고, 이미 지난달 어르신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었다”며 “저출생과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다른 나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4국이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차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스웨덴은 저출산이 심화하니까 1998년도에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이 나갈 경우 균형 지수를 도입해 연금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자동 조정 장치는 ‘연금 삭감 장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 조정 장치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들 국가는 핀란드(24.9%), 스웨덴(18.5%), 독일(18.6%) 등 보험료가 상당 정도로 높은 수준이거나 공적연금에 대한 국고지원이 상당 정도 규모에 도달한 경우로 우리나라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되면 연금액이 기존보다 20% 정도 깎이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5일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등은 ‘윤석열 정부 연금 개혁 방안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대폭적인 연금 삭감이 이뤄지는데, 주로 현재의 청년세대가 (피해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금 조정 장치는 당장 내년부터 영향을 미치는 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지만, 실제 발동하는 시기는 이르면 2036년, 늦으면 2054년부터가 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 연금 개혁을 통해 우선 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연금 관련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낮은 출생률과 높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어느 나라보다도 강도가 높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연금 개혁안의 원칙으로 두었는데, 이를 더 반영할 수 있도록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겠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