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모더니즘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 허구와 실존 인물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참신한 이야기 전개로 그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이 찾아왔다. 저마다 품고 있는 인생에 대한 의문에 자신만의 대답을 찾으며 인생을 걸어 나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를 알아본다.

■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
기간 : 2024.04.23.~2024.07.14.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
배우 :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역(박란주, 주다온, 전혜주), 조슈아 워렌 스미스역(윤은오, 김리현, 황순종)
줄거리 및 배경 : 1927년 영국 런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조슈아’는 어느 날 강가에 쓰러져 있는 ‘애들린’을 발견한다. 미래에서 왔다는 그녀를 집에 들이게 된 조슈아는 그녀에게 조언을 받아 작가로서 설 수 있게 되지만, 그녀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날이 점점 다가오며 여러 감정을 느끼는 둘은 점점 피폐해져만 간다. ‘애들린’과 ‘조슈아’는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갈 수 있을까?

<이 공연의 좋은 점 : 알고 가면 좋은 점>
1. 버지니아 울프
실존 인물인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활동한 영국의 여성 작가 겸 비평가다. 당대 가장 훌륭한 모더니즘 작가이자 의식의 흐름을 활용한 서술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또 성별과 성 역할, 계급과 권력 등에 대해 논쟁적인 작품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상징성 있는 작가를 끌어와 극으로 만든 시도는 좋았으나 막상 공연을 보면 버지니아 울프는 그곳에 없다. 울프의 마지막 선택을 조명해 전개를 극적으로 끌어갈 순 있었지만, 그녀의 삶이나 고유성 등이 녹아있지 않아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다만, 애들린, 조슈와의 관계나 자신이 창작한 소설 속에 빠진다는 설정 등에 집중해 새로운 작품으로 바라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2인극·중극장
극은 단둘이서 이끌어 간다. 조슈아와 애들린은 서로에게 창조적 영감을 주고받으며 나아가고, 결국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걸어간다. 100분의 공연 동안 둘 사이의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하여 극의 텐션을 올리고, 빠른 전개와 찰떡 호흡으로 관객들을 집중하게 한다.
충무아트센터 중극장은 반원형의 무대로 7열까지만 있어 생각보다 많이 가까이에서 무대를 볼 수 있다. 2인극이라 과도한 몸짓이나 화려한 무대보다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감정에 더욱 집중되는데, 이를 관람하기 위한 적합한 무대다.

3. 실력파 배우들·넘버
2인극·중극장·작품의 허구적인 설정 등이 튀지 않고 조화로울 수 있는 건 배우들이 역할이 컸다. 필자가 관람했던 회차엔 ‘애들린’ 역에 주다온, ‘조슈아’ 역엔 황순종이었다. 2인극의 특징상 장면의 전환이 매끄럽지 않거나, 감정선이 흐트러진다면 관객의 몰입이 깨질 수 있지만, 이들은 모든 장면을 매끄럽게 소화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넘버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넘버들이 기억에 남는다. 일반적인 뮤지컬의 넘버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비교적 쉽고 대중적인 멜로디나 전개가 많이 가미 된 느낌이었다. 특히 ‘애들린’이 ‘조슈아’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넘버 ‘원고지 앞에 필요한 것’은 디즈니 작품에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 만큼 대중적이면서도 그 강약 조절이 좋았다.
<결론>
별점
- 스토리 완성도
★★★★★★☆☆☆☆
(실존 인물의 부재, 첫 관람이거나 실존 작가를 모른다면 내용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 캐릭터 매력도
★★★★★★★★★☆
(사랑스럽고 귀여우면서도 당찬 캐릭터가 둘 뿐이라 더 애착이 간다)
- 몰입도
★★★★★★★★★☆

- 총평
★★★★★★★★☆☆
(2인극·중극장·어려운 전개와 설정을 실력파 배우와 대중적인 넘버로 잘 포장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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