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1876년에 태어난 마가레타 거투르트 젤르(Margaretha Geertruida Zelle)는 무희로 활동하며 ‘마타하리’라는 가명을 세상에 알렸다. 그녀의 매력은 많은 스캔들로 이어졌고, 결국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반역죄 혐의(이중 스파이 활동)로 총살형에 처해졌다. 다만 그가 실제로 스파이였는지는 알 수 없다.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마타하리>를 알아본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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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마타하리>
기간 : 2024.12.05.~2025.03.02.
장소 :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배우 : 마타하리(옥주현, 솔라), 아르망(에녹, 김성식, 윤소호), 라두(최민철, 노윤), 안나(최나래, 윤사봉) 등

줄거리 및 배경 : 마타하리가 죽은 지 37년이 지난 어느 날.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서 희대의 스파이, 마타하리의 머리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고, 한 노인이 그 자리에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는 왜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할 운명에 처했나?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하고 풍족한 도시 파리.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로맨틱한 파리의 거리에 추한 몰골을 하고 다 쓰러져 가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가레타. 길을 지나던 안나가 그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가고, 불편한 이야기로 가득한 처절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과거가 드러난다. 두 사람은 마가레타에게 다시 태어날 용기를 준 자바 여인들의 춤에서 영감을 받아 “마타하리”를 창조해 내고, 곧 그녀는 성스러운 사원의 춤을 통해 세계 최초로 스트립 댄스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된다.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맑은 마음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조종사, 아르망을 만나 태어나 처음으로 진정한 행복까지 느끼게 되지만,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벨 에포크 시대도 휘청거리고 그녀의 인기도 서서히 시들해진다. 심지어 국방부 장관 팽르베가 꾸민 정치적 계략과 프랑스 정보국의 라두 대령의 집착과 질투로 그녀의 삶에 ‘스파이’라는 이름표가 타의적으로 붙여지며 최악의 비극이 드리워지는데..

<이 공연의 좋은 점 : 알고 가면 좋은 점>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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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
춤을 추는 사람들은 휘황찬란한 옷과 아름다운 춤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마타하리’로 다시 태어난 마가레타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어둠 속에서 마타하리를 향해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이를 극대화시켰다. 유난히 빛나는 옷의 장식들, 넓게 휘날리는 옷자락은 시각적 재미를 더해줬다.

옥주현은 그야말로 관능적인 마타하리를 표현했고, 명불허전 깔끔한 고음으로 객석을 가득 채웠다. 또한 유연한 춤선과 섬세함으로 마가레타와 마타하리를 오가는 주인공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행동하며 마타하리의 감정선을 잘 보여주기도 했다.

2. 마타하리의 버팀목 ‘안나’
마타하리 곁에는 항상 안나가 있었다. 안나는 기댈 데 없는 마타하리에게 너무나 든든한 존재가 되었다. 마타하리는 공연마다 안나에게 “기자들은?”이라며 물었고, 안나는 “유럽의 모든 신문사에서 다 왔지”라고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위 대화는 여러 장면에서 나오는데, 상황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 표정과 톤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최나래의 안나는 절절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옥주현의 목소리를 탄탄하게 받쳐주면서도 어딘가 포근함까지 느껴지게 했다. 마타하리와 아르망의 서사에 훌쩍거린 관객들만큼 마타하리와 안나의 대화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많았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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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탄탄한 기승전결
현재를 먼저 보여주고, 오래 전 과거로 돌아가는 연출은 여러 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연출이 적절하게 쓰이면 극의 풍성함을 한 층 더해주지만, 자칫 잘못하면 불필요한 요소처럼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는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잘 이어지고, 그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부드러운 흐름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마타하리의 삶은 ‘꽉 닫힌 결말’이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고 37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는 열려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꺼지지 않는 마타하리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신을 에워싼 사람들 사이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꼈을 마타하리의 내면을 생각해 보게 된다.

<결론>

별점

- 스토리 완성도
★★★★★★★★★★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잡았다)

- 캐릭터 매력도
★★★★★★★★★★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 가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주인공들)

- 몰입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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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휘몰아치는 역사, 그 속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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