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 가을.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평균적으로 10월 초부터 전국이 형형색색 아름답게 물든다. ‘단풍’은 기후 변화로 인해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누런빛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나뭇잎이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게 되며 나타난다. 

잎이 활동을 멈추면 잎 안에서 광합성을 하던 엽록소가 분해되는데, 이 자리에 생겨난 안토시아닌 때문에 붉은색 또는 갈색 계열의 단풍이 들게 된다.  

노란빛의 단풍은 안토시아닌이 생성되지 않는 종에서 나타난다. 이 종들은 초봄 새싹 때 노란빛을 띠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를 만드는데, 카로티노이드는 여름에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져 있다가 가을에 엽록소의 분해와 함께 표면에 나타나게 되고, 그렇게 노란빛의 단풍이 만들어진다. 

단풍은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가을 날씨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밝은 햇살과 건조한 날씨가 나무 수액에 당분 농도를 증가시켜 붉은색의 안토시아닌을 많이 생성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일교차가 큰 산악지방, 강수량이 적은 지방, 일조량이 많은 양지에 더 밝고 고운 단풍이 든다. 

한편 ‘단풍’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단풍잎을 넣은 국기를 가진 나라, 바로 캐나다다. 캐나다는 1867년 영령북미법에 의거해 탄생한 나라다. 이후 캐나다는 1964년까지 ‘캐나다 붉은 국기’(Canadian Red Ensign)를 사용했는데 이는 왼쪽에 영국 국기 유니언잭(Union Jack)을 넣고 중간에 캐나다 국가 문장(Arms of Canada)을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1956년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레스터 피어슨(Lester Pearson 1897~1972)이 수에즈 위기(Suez Crisis)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중립국인 캐나다 국기에 영국기가 삽입된 점 때문에 곤혹을 치르게 된다. 

이후 1963년 총선에서 캐나다 총리 자리에 오른 피어슨은 영연방의 일원이지만 독립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위상에 어울리는 국기를 갖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듬해인 1964년 국민 공모를 받기 시작한다. 이때 캐나다의 자연과 환경, 영국이 캐나다를 점령한 후에도 남아 있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을 상징하는 ‘단풍잎’이 그려진 현재의 국기가 채택되었고, 1965년 2월 15일 엘리자베스 2세의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단풍은 캐나다에 또 다른 선물을 주었다. 특정 품종의 단풍나무 수액을 가공하면 캐나다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메이플시럽’을 얻을 수 있는 것. 진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이 시럽은 캐나다인의 아침 식사에 필수템으로 여겨지며 시럽을 사용한 다양한 요리와 문화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시선뉴스=박진아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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