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 하얀 입김, 두꺼운 옷 등 겨울이 다가왔음을 눈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 난방기의 진동, 눈이 세상을 덮은 후 찾아오는 고요한 정적까지 ‘소리’로도 겨울이 왔음을 알 수 있다. 겨울을 알리는 소리들을 살펴보자.

더 큰 소리를 내는 ‘겨울 바람’
겨울바람은 왜 소리가 더 크게 들릴까? 단순히 더 센 바람이어서가 아니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파동이다. 이러한 소리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공기 입자가 서로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데, 온도가 낮아질수록 공기는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들린다.

또한 바람이 나뭇가지나 건물 틈새를 통과할 때 공기의 와류를 형성해 ‘풍성음’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 바람의 속도·구조물의 형태·각도에 따라 울림이 달라진다. 초겨울 창문 틈새나 건물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가 평소보다 크거나 특정 음을 가진 소리를 내는 이유다.

외에도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창문을 닫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소음이 차단된 채로 생활하곤 한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환경에서 지내기에 작은 소리도 더 쉽게, 더 크게 들리는 것이다. 

난방기로 인해 생기는 소리들
날씨가 추워지면 도시 곳곳에 난방 장치가 작동한다. 각 집에선 보일러의 펌프가 돌고, 파이프 속으로 온수가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며, 전열 히터의 팬이 내는 규칙적인 회전음 등 다양한 소리가 난다.

이는 단순히 기기가 작동하며 나는 소리인 것 같지만서도, 온열기구로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압력이 높아져 각종 시설물의 금속이 팽창하기도 한다. 반대로 기온이 떨어질수록 금속 재질의 구조물이 수축하며 미세하게 변형돼 소리를 내기도 한다. 

눈이 만든 ‘무음의 풍경’
겨울의 대표적인 풍경 중 하나는 바로 ‘무음’이다. 눈이 쌓인 거리에서는 자동차나 발자국 소리조차 희미해지고, 공기가 멈춘 듯한 정적마저 감돈다.

이렇게 조용해지는 이유는 바로 눈의 결정 때문이다. 갓 내린 눈은 수많은 육각형의 얼음 결정이 엉겨 붙은 다공성 구조로, 입자 사이에 공기층이 많은데, 이 틈이 마치 건물의 ‘흡음재’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특히 600Hz 이상의 소리에 대해서는 흡음률이 더 높아져 우수한 흡음재인 유리솜과 같은 정도의 흡음성을 갖는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눈이 녹아 얼면 표면이 단단해지면서 오히려 소리를 반사하게 된다. 그래서 눈이 녹은 다음날 주변의 말소리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리는 것이다. 

바람 소리가 커지고 난방기가 진동하며 눈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드는 이유에는 각각의 과학이 숨어 있다. 계절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 다양한 현상엔 또 어떤 과학들이 숨어있을까.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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