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의학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사고로부터 살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분야는 ‘장기 기증’과 ‘장기 이식’이다. 2023년 기준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5만 명이 넘는 데 반해, 기증자 수는 483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종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인 ‘이종 장기 이식’은 이를 해결할 돌파구로 여겨진다. 이종 장기 이식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첫 번째, 간

최근 중국에서는 돼지의 간을 뇌사자에게 이식해 화제가 됐다. 중국 시안 제4군 의과대학 린 왕 교수팀은 27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초급성거부반응 유전자 등 유전자 6개를 편집한 바마 미니 돼지(Bama miniature pig) 간을 뇌사자에게 이식해 10일간 거부 반응 없이 담즙과 알부민을 생성하고 혈류도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초급성거부반응 유전자(GGTA1, B4GALNT2, CMAH)를 제거하고 인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사람 형질 전환 유전자를 삽입하는 등 유전자 6개를 조작한 바마 미니 돼지의 간을 뇌사자에게 이식하고 10일간 이식된 간의 기능과 혈류, 면역 및 염증 반응 등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간문맥을 연결하고 2시간 후부터 돼지 간에서 담즙이 생성되기 시작했고 수술 후 10일까지 그 양이 66.5㎖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뇌사자 가족의 요청으로 수술 후 10일째에 관찰을 중단했으며, 이식된 돼지의 간은 연구 종료 시점까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뇌사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간 이식도 내부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뇌사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간 이식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돼지의 간을 이식하고 기능을 검증한 연구는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가 유전자 변형 돼지의 간이 인체에서 생존하고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돼지 간 이식이 간 기증을 기다리는 간부전 환자를 위한 가교 요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심장
![돼지 심장 이식받았은 뒤 6주 만에 숨진 환자 로런스 포시트[사진/연합뉴스]](https://cdn.sisunnews.co.kr/news/photo/202503/222906_440209_2135.jpg)
최초의 이종 심장 이식 수술 수혜자는 지난 2022년 1월 당시 57세였던 환자 데이비드 베넷이었다. 알파갈을 발현하는 유전자 등 10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다. 수술은 수혜자가 초급성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48시간을 넘겨 생존해 성공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베넷은 약 60일 뒤 사망했다.
베넷의 사망원인은 ‘바이러스’였다. 수술을 담당했던 무함마드 모히우딘 교수는 지난해 과학지 ‘네이처’(Nature)와의 인터뷰에서 베넷이 사망하기 몇 주부터 감염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베넷이 사망한 뒤 장기에서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두 번째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은 지난 2023년 9월 진행됐다. 첫 시도의 실패를 발판 삼아 합병증이 적고, 기능적 상태가 더 나은 수혜자를 찾았고, 말기 심부전 환자였던 58세의 로렌스 포셋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첫 사례와 동일한 메릴랜드대 의료센터 의료진이 맡았고, 수술 이후 우수한 수축 및 이완 기능을 보였다. 포셋은 다리 힘을 향상시키기 위한 재활 치료를 받고 아내와 카드놀이를 하는 등 건강을 회복해 가며 40일 동안 생존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번 사망원인은 ‘항체’였다. 항돼지 항체가 낮은 환자를 이식 수술 수혜자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 결과 이식 이후 항체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체의 급증은 심장에 손상을 입혔고,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세 번째, 신장(콩팥)

최초의 돼지 신장 이식은 지난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이뤄졌다. 의료진은 말기 신장 질환을 앓는 62세 남성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세계 최초로 이식했지만, 수혜자는 수술 2개월 만에 사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장 이종 이식은 4차례 미국에서만 행해졌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중국의 한 병원이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사람에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북서부 도시 시안의 공군 군의대학 부속 시징병원에서 현지 의료진이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69세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수술 후 약 1주일이 지나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환자 몸에서 돼지 신장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진단됐고 환자의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는 수술 3일째부터 정상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식수술을 진행한 둬커펑 교수는 “말기 신장질환자 임상 치료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한 획기적 사례”라며 “이종 이식의 실현 가능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의술이 발전하며 현재는 각막이나 피부, 판막 등 일부 장기에 대해서는 다른 종의 장기가 활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된 신장, 심장, 간 등 고형 장기의 경우에는 면역 거부, 바이러스 등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이 또한 언젠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증받을 장기가 없어 안타까이 죽는 사람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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