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박보검·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다채로운 사계절에 빗대 풀어낸다. 극 중에는 지금의 도심과는 상반된 제주의 풍경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은 낯선 제주도 방언을 사용한다. 다른 지역 출신 사람들은 제주도 방언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운데, 몇 가지 특징을 알고 있으면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폭싹 속았수다’처럼 제주에서만 쓰이는 말들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이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폭싹 속았수다’는 ‘무척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사람이더라도 제주도 방언을 아예 모르고 있다면 ‘속았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제주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에는 짐작하기 어려운 말들이 많다. 제주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혼저옵서예’는 ‘혼자 오세요’라는 말이 아니라 ‘어서오세요’이다. 그렇기에 제주도에서 인사처럼 쓰이는 말들 몇 가지는 외워두는 게 낫다.

제주도에서만 쓰이는 부사나 감탄사들도 있다. 제주도에서 ‘왜’는 ‘무사’, ‘그렇게’는 ‘경’이라고 한다. ‘무사경’이라고 붙여 말하면 ‘왜 그렇게’라고 해석하면 된다. 어른께 무언가를 물어볼 때는 ‘무사마시?’라고 뒤에 ‘마시’를 붙여야 존댓말이 된다. 편한 사람의 전화를 받을 때도, 누군가를 나무랄 때도, 무언가가 신기할 때도 ‘무사’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두 번째, 육지와 다른 발음 패턴

[사진/Pxhere]
[사진/Pxhere]

제주도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지역들을 통틀어 ‘육지’라고 말한다. 제주 방언은 육지에서 흔히 쓰는 말 같다가도 뒤에 붙는 어미가 완전히 다르다. ‘~꽈’, ‘~수다’, ‘~예’, ‘~양’로 말을 마무리하거나 끝에 ‘ㄴ’ 받침이 생긴다. 앞서 소개한 ‘혼저옵서예’, ‘가십니까’를 뜻하는 ‘감수광?’, 그리고 ‘얼마꽈’, ‘안녕하우꽈’, ‘고맙수다’ 등과 같은 식이다. ‘잘 갑서예’, ‘깎아줍서예’, ‘놀다갑서양’ 등은 그나마 알아듣기 쉽다.

‘ㄴ’ 받침을 붙여 말하는 표현으로는 ‘밥 먹언’이 흔하다. 우리나라는 유독 서로의 ‘밥’을 잘 챙긴다. 일상에서 ‘밥 먹었냐’는 질문은 국내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으며,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뭐해?’라고 물을 때도 마찬가지로 받침을 붙여 ‘뭐하맨’이라고 한다. 또한 ‘쌀’이 ‘살’로, ‘제주’는 ‘데주’로, ‘물’은 ‘물르’로, ‘고기’는 ‘구기’로 발음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세 번째, 흐름과 상황에 따라 말하는 사람들

[사진/picryl]
[사진/picryl]

인사말들을 외우고, 단어가 변형되는 형식을 어느 정도 익혀도 제주 어른이 여러 단어를 한 번에 말하면 또다시 분명 한국어인데도 외국어처럼 들릴 수 있다. ‘강 방 왕 곱써양’은 ‘가서 보고 와서 말해라’라는 뜻인데, 따로따로 살펴보면 표준어와 비슷한 것 같다가도 붙이면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문장이 된다.

“제주도 사투리로 말 호난 무시거옌 고람신디 모르쿠게예?”(제주도 사투리로 말하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요?). 이제 ‘무사경’이 무슨 말인지 확인했지만, 여전히 ‘무사경 몽캐미꽈?’(왜 그렇게 늦장 부리니?), ‘무사경 다울렴디?’(왜 그렇게 재촉하니), ‘무사 영 지꺼점시냐?’(왜 이렇게 기뻐하니?)를 바로 알아듣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누군가 제주 방언으로 말한다면 전체적인 문맥과 그 분위기를 함께 보는 게 좋겠다.

사실 제주도 어른이 오랜 방언을 써도 서로 마음만 먹으면 대화할 수 있다. 만약 사투리가 심한 제주 사람이 사투리를 하나도 모르는 다른 지역 사람과 대화하게 된다면 말 속도를 늦추고, 더 쉽게 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도 듣는 입장에서 의미를 모르겠을 땐 공손하게 다시 물어보면 될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순간에는 눈빛과 몸짓도 언어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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