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소수 문화에서 출발한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가 최근 기존 아이돌의 인기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무대는 물론 콘서트와 팬미팅, 시상식, 음원 차트, 팝업스토어 등 모든 방면에서 말 그대로 ‘휩쓸고’ 있다. 이렇게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 그 계보는 어떻게 될까.

첫 번째, 아담·류시아

사진/아담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사진/아담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새천년을 앞둔 1998년 신선한 충격과 함께 데뷔한 국내 1호 사이버가수 ‘아담’. 아담의 모습은 당시 미남 배우로 꼽히던 원빈을 모티브로 제작됐고, 목소리와 노래는 실제 가수 박성철씨가 더빙했다.

아담은 데뷔곡이자 1집 타이틀곡인 ‘세상엔 없는 사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혼자서’, ‘단한번의 사랑’, ‘천국보다 낯선’, ‘할 수 있다면’ 등 여러 히트곡을 발표했고, 1집 앨범은 20만 장이라는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또 레몬 음료 CF를 찍는 등 여러 시도도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의 컴퓨터그래픽은 지금에 비하면 많이 뒤쳐져 있어 입 모양과 노래의 싱크가 잘 맞지 않았고, 기술상의 한계로 활동 범위를 넓히지 못했다. 또 저조한 성적의 2집과 지금과 달리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아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반짝하고 사라졌다.

아담과 비슷한 시기 국내 1호 여성 사이버 가수였던 류시아도 탄생했다. 당시 한 정치인은 유세 활동 과정에서 류시아와 가상 인터뷰를 가질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높았다. 류시아 역시 정규 앨범 두 장을 발표했지만, 아담의 퇴장 이후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 사라졌다.

두 번째, 시유

사진/시유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사진/시유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실질적으로 사람이 노래하고 춤추진 않지만, ‘보컬로이드 가수’라는 과도기의 존재도 있었다.

2012년엔 보컬로이드 가수 ‘시유’가 SBS <생방송 인기가요>를 통해 데뷔했다. 보컬로이드 가수는 프로그램에 가사와 멜로디를 입력하면 인공적으로 사람의 목소리로 된 노래가 만들어지는 보컬로이드 기술에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안무 등을 추는 영상기술과 합쳐 탄생했다. 당시 이러한 보컬로이드 가수는 이미 일본에서 20명 정도 제작되어 활동하고 있었고, 시유는 국내 보컬로이드 가수 1호였다.

다만, 시유의 목소리는 당시 여성 그룹 ‘글램’의 멤버 다희의 목소리를 샘플링해 만들어졌는데, 2015년 다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세 번째, 플레이브(PLAVE)·이세계 아이돌

사진/연합뉴스.블래스트 제공
사진/연합뉴스.블래스트 제공

플레이브는 2023년 3월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 등 5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모션 캡처 기술을 기반해 실제 사람 멤버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 그 동작을 본뜬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공연을 펼치며, 이들의 앨범도 사람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곡으로 채워진다.

이러한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로서 새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지난해 4월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고, 지난해 열린 첫 콘서트 티켓은 예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또 이들의 세 번째 미니음반 ‘칼리고 파트.1’(Caligo Pt.1)은 발매 첫 주 100만장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지금까지 플레이브가 발매한 모든 노래의 멜론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20억회를 넘겼다. 플레이브만큼 큰 인기를 누리는 버추얼 그룹 ‘이세계 아이돌’은 스트리머 ‘우왁굳’의 기획으로 오디션 방송을 통해 팬들이 직접 데뷔 멤버를 선발했고 팬들이 재능기부로 작사·작곡한 음악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팬 아트’로 팬들이 그린 헤어 스타일을 하고 옷을 입는 일도 일반적이다.

한편, 버추얼 가수·아이돌의 인기 요인으로는 영원히 나이 들지 않고, 사생활 논란에 휩싸일 걱정이 없는 점들이 꼽힌다. 또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Z·알파 세대 팬들이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아이돌 공연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버추얼 아이돌의 출현과 인기몰이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배우들이 처음에 CG 도입을 반대하고 어려워했듯, 기성세대에게 버추얼 아티스트를 이해시키기엔 다소 어려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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