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시장에서 질주해온 아시아·유럽 자동차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무역에서 대미(美) 흑자 규모가 높았던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당장 대책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미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2025.2.11 [연합뉴스 제공]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2025.2.11 [연합뉴스 제공]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외국 기업 등)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간단히 말해 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그들은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가 "우리 재정에 수조 달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균형 예산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것은 이미 정말로 놀라운 것으로 나타난 관세 수입 때문"이라고 밝힌 뒤 관세가 대미 투자 확대로도 연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 관세를 4월2일께 내 놓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그보다 더 빨리 발표될 가능성을 시사한 상항. 자동차 무역에서 대미 흑자 규모가 컸던 우리나라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자료를 보면 자동차 무역에서 국가별 대미 흑자 규모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미 수출용 공장이 몰려 있는 멕시코가 411억 달러(약 59조원)로 1위이고, 2위 일본이 354억8천만 달러(약 51조원)다. 한국은 328억9천만 달러(약 47조원)로 3위, 독일은 151억4천만 달러(약 21조원)로 4위다. 기업별 매출에서 미국(북미) 시장 비중을 보면 현대차(29%)가 혼다(39%)에 이어 2위 수준이고 닛산·포르쉐·기아가 각각 28%로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재계로서는 대미 수출 품목 중 1,2위인 자동차와 반도체 관세 부과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런 예상을 두 배 이상 웃도는 '25% 카드'를 꺼내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25%가 부과되고 있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처럼 승용차도 대미 수출 규모가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도 "국내에서 생산돼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굉장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공장은 원래도 가동률이 낮아지는 등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는데 더 힘들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관세 부담이) 같이 올라간다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겠지만, 선택적으로 한국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으로 피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부품 업체와 중소 완성차 업체는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큰 한국GM은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자동차 2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 관세 면제를 받은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에 미국 시장 내 경쟁력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자동차를 수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 특히나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더욱 비상등이 켜진 셈이라 정부와 업계의 특단의 묘수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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