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고(故)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여원을 뜯은 유흥업소 실장과 전직 영화배우가 지난 19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는 이날 “피해자는 마약 수사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또 다른 원인이 섞여 있더라도 피고인들의 공갈 범행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 그는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저음의 목소리로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0년 드라마 ‘파스타’에서 주문서를 읽었을 뿐인데 “봉골레 파스타 하나”가 명대사가 되었다. 그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반인부터 연예인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이선균의 목소리를 모사하고, 이 대사를 읊었다.

드라마 '파스타' [MBC 제공]
드라마 '파스타' [MBC 제공]

여러 명작에서 열연했던 그의 첫 드라마는 2001년 시트콤 ‘연인들’이었다. 3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이선균은 이윤성의 남동생, 누나를 둔 자유분방한 백수를 연기했다. 작품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훗날 그는 ‘연인들’이 시트콤이었던 탓에 한동안 캐스팅에 제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2000년대 초중반에는 단막극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다가 2007년 드라마 ‘하얀거탑’을 시작으로,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큰 인기를 끌었다. 명작 로맨스 드라마로 평가받는 ‘커피프린스 1호점’도 같은 해에 방영됐다. 그리고 몇 년 뒤 ‘파스타’가 나온 것이다. 그 덕에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진중한 이미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tvN 제공]
드라마 '나의 아저씨' [tvN 제공]

2010년대부터 2020년대 초까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그중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큰 임팩트를 남겼다. 이 드라마는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드라마 작품상과 극본상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작품이자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크게 호평받는 작품이다.

이선균은 수많은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들이 더 긴 시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그간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 참석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의 비영어권 수상작이다.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올여름에는 재난 영화 ‘탈출’과 시대극 ‘행복의 나라’가 개봉했다. 그는 ‘탈출’에서 공항으로 향하던 도중 재난으로 고립된 주인공 차정원을 연기했고, ‘행복의 나라’에서는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 박흥주 대령을 소화했다.

‘행복의 나라’ 추창민 감독은 “이선균에게 다른 이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과는 다르게 쓰는 게 재밌어서 이선균을 캐스팅했다”라며 “사람들이 한 번도 못 본 모습이니깐 훨씬 더 빛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행복의 나라’는 결국 이선균의 유작이 되었다.

영화 '행복의 나라' [NEW 제공]
영화 '행복의 나라' [NEW 제공]

지난 10월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는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가 되었다. 영화제에서는 이선균의 생전 인터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고, 이를 본 배우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회자 박보영은 “‘나의 아저씨’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기를 바란다”며 추모했다.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을 때 안타깝게 숨진 그가 다른 세상에서는 더 행복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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