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친지 방문, 식문화 체험, 자연 속 힐링 등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여행을 떠나고는 한다. 그 중 수년 전 생겨나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테마 중 하나는 바로 ‘빵지순례’다.
‘빵지순례’란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 순례’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SNS의 활성화로 지역 유명 빵집들이 명성을 얻으면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빵들을 맛보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빵집 투어’ 문화가 생긴 것이다. 인스타그램 등에 ‘빵지순례’를 검색해 보면 관련 게시물은 수십만개에 달하며, 빵지순례 계정이나, 전국 각지의 빵집을 소개하는 계정 등도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서구화된 식습관 속 빵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으면 ‘빵지순례’라는 말이 나왔을까.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여름휴가 만족도 조사’ 빵지순례의 성지로 불리는 대전시는 ‘빵지순례’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대전은 2016년부터 수행된 이 조사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만년 꼴찌(16위)였지만, 올해 6계단을 뛰어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올랐다. 특히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도 먹거리, 살거리 항목에서 상위권에 올랐는데, 이는 ‘빵의 도시’를 테마로 한 관광 전략이 젊은층의 여행 트렌드와 부합한 것으로 분석되며, 여행의 콘텐츠가 자연에서 도시 문화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인기 빵집 등의 영향력을 체감한 각 지자체는 빵지순례자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전 동구는 최근 대전 원도심 현지 빵집 위치와 정보를 표기한 빵지순례 지도 ‘빵빵도시 대전동구’를 발행해 매장별 유명 빵 등을 소개했다. 이 지도에는 오랜 기간 동네를 지켜온 빵집부터 갓 문을 연 청년빵집까지 직접 빵을 굽는 58개의 동네빵집 정보가 담겨있다.
대전관광공사는 지난달 28-29일 동구 소제동 카페거리에서 ‘2024 대전 빵 축제’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대전지역 71개 빵집과 전국 10개 빵집 등 총 81개 빵집이 참가했으며, 10m 대형 바게트 커팅 퍼포먼스와 대전 및 전국 유명 빵집 컬렉션, 빵잼 만들기 체험 등 공식행사와 축하공연, 구매 이벤트 등이 펼쳐졌다.
또 충남 천안에서는 동네 빵집 등이 합심해 지난 12-13일 양일간 ‘2024 빵빵데이 천안’을 개최했다. 50개의 지역 빵집과 8개의 기업 등이 참가해 운영되었으며, 지역농산물 판매 등도 이루어졌다. 아울러 65세 이상 어르신만을 위한 호두과자 굽기, 반려견 빵 만들기, 지역 대학인 백석문화대학과 함께하는 ‘천안 프렌즈를 활용한 쿠키 만들기’,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쌀 머핀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으며, 축제에는 관광객 등 23만여 명이 몰렸다.
강원지역 내 베이커리와 프리마켓 등 70여개 업체도 지난 13일 강원 춘천시에 모여 ‘숲속 빵시장’을 운영했다. 행사장에는 이른 오전부터 방문객으로 북적거렸고, 차량이 한번에 몰려 행사장 입구가 1km 이상 차량 지·정체 현상을 빚기도 했으며, 결국 오전 중에 행사장 내 빵이 모두 소진됐다.
빵·디저트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대형마트도 베이커리와 디저트 라인업을 강화하며 ‘빵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 빵지순례를 다니는 사람들을 겨냥해 국내 백화점들이 유명 빵과 디저트 맛집을 입점시키거나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집객 효과를 톡톡히 누리자 대형마트도 이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정부에서도 ‘빵지순례’를 활용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부터 이달 31일까지 쌀 수급 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가루쌀 빵지순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30개의 유명 제과점이 참여해 가루쌀 신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이벤트를 통해 가루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밀감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누군가는 종일 빵만 먹느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맛있는 빵 하나를 먹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기도 한다.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빵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고, 관련한 이벤트나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당분간 ‘빵지순례’의 열기는 쉬이 식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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