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대형병원들의 경영 악화로 중단됐던 간호사 신규 채용이 재개되고 있고, 어렵게 준비해 채용을 확정 지었지만 발령을 받지 못해 ‘웨이팅게일’이라 불렸던 간호사들 역시 현장 투입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웨이팅게일’이란 ‘기다림’을 뜻하는 ‘waiting’과 광명의 천사 ‘나이팅게일(Nightingale)’의 합성어로, 채용을 확정 지은 이후에도 1년 가까이 발령을 받지 못하는 간호사를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간호사를 일컬어 ‘백의의 천사’ ‘광명의 천사’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호칭은 영국의 간호사 ‘나이팅게일(1820.5.12 ~ 1910.8.13.)’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병원 및 의료제도의 개혁자로,  크림전쟁 중 이스탄불에서 야전병원장으로 활약하였으며 간호사 직제의 확립과 의료 보급의 집중 관리, 오수 처리 등으로 의료 효율을 일신한 바 있다. 1860년에는 ‘나이팅게일 간호사양성소’를 창설하여 각국의 모범이 되었으며 나이팅게일의 저서 ‘병원에 관한 노트’ ‘간호노트’는 각국어로 번역되어 간호법이나 간호사 양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공을 기리며 국제적십자에서는 ‘나이팅게일 상’을 마련하여 매년 세계 각국의 우수한 간호사를 선발, 표창하고 있으며 ‘나이팅게일 선서’는 간호사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간호사의 어미니 격인 ‘나이팅게일’의 이름이 ‘의료대란’ 현장 속 사회적 이슈에 활용된 것이 바로 ‘웨이팅게일’이다. 전공의들이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후 주요 대형병원은 경영난이 극심해지면서 간호사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이미 채용된 신규 간호사를 현장에 발령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채용을 확정 지은 이후에도 1년 가까이 발령을 받지 못하는 ‘웨이팅게일’은 올해 크게 증가했다. 대한간호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2023년 상급종합병원은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가 평균 1,334명 증가했지만, 올해는 194명이 줄었다. 종합병원도 지난 5년 평균(2,252명)보다 낮은 2,046명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웨이팅게일의 한숨이 깊어갔고, 간호사를 준비하는 응시생들의 고민 또한 커져만 갔다. 다행히 약간의 숨통은 틔워지고 있다. 신규 채용을 멈췄던 병원들이 속속 신규 간호사 채용을 시작한 것은 물론, 1년 가까운 대기 발령에 ‘웨이팅게일’로 불리던 간호사들도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는 올해 상반기 신규간호사 채용을 하지 않았던 수도권의 8곳 상급종합병원이 오는 11월 신규 간호사 채용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을 포함해 고려대 구로·안암병원, 건국대병원,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11월 18일~12월8일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한다. 간호협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상급종합병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와 소통을 진행한 결과라며, 이들 병원 외에도 상반기 채용을 안 했던 다른 병원들도 채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부 병원은 대기 중이던 간호사, 즉 ‘웨이팅게일’들의 발령을 내고 있는데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은 순차적으로 지난해 뽑은 신규 간호사를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대형병원들의 경영 악화로 중단됐던 간호사 신규 채용이 재개되고 있고, 1년 가까운 대기 발령에 ‘웨이팅게일’로 불리던 간호사들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다만, 우려는 여전하다. 아직 대기 발령 중인 간호 인력의 숫자가 적지 않은 데다, 진료지원(PA)간호사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현장에서의 어려움도 예상되는 만큼 이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위해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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