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선선한 밤공기, 로맨틱한 야간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국/공립 공원과 사적들이 야간 개장을 단행,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조선 전기에 창건되어 조선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빼곡하게 담긴 궁궐 ‘경복궁’ 역시 주기적으로 야간 개방을 통해 색다른 멋을 뽐내는데, 올 봄에는 멋은 물론 조선 정궁의 맛까지 오감만족을 선사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경복궁 소주방에서 조선시대 궁중의식을 체험하고 경복궁 야경을 탐방하는 ‘2024 경복궁 별빛야행’ 상반기 행사를 오는 4월 3일부터 5월 4일까지 매주 수~일요일에 하루 두 차례씩 개최한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궐의 부엌인 ‘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체험하고 전문 해설사와 함께 경복궁 북측권역의 야경을 탐방하는 궁궐 문화 복합 체험 프로그램으로, 2016년 시작되어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경복궁 별빛야행의 중심인 ‘소주방’. 소주방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와 궁중의 잔치음식 등을 장만하던 경복궁의 부엌으로, 많은 매체와 드라마 등을 통해 수라간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주방과 수라간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다양한 문헌에는 두 공간을 구분하여 소주방은 음식을 조리하는 기능, 수라간은 음식을 차리는 기능이 강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복궁 소주방에는 조선의 아픈 역사가 빼곡하게 담겨있다. 1395년 경복궁 창건과 함께 만들어진 소주방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졌다가, 1867년 경복궁 중건 때 재건되었다. 그러나 1915년 일제강점기 일제가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진행한 박람회 준비 과정에서 여러 전각과 함께 헐려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2011년 경복궁 복원사업 일환으로 복원이 시작되어 2015년 복원되어 일반에 공개되었다. 

경복궁 별빛야행을 통해 특히 이 소주방을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다. 먼저 참가자들은 소주방에서 전통 국악공연을 관람하면서 궁중음식인 ‘도슭수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도슭은 ‘도시락’의 옛말로, ‘도슭수라상’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받았던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유기 도시락에 정갈하게 담아 제공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채식(비건) 메뉴를 새롭게 더 준비하여 참가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궁중음식 체험을 마치면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경복궁 야간 탐방이 이어지는데, 자경전을 시작으로 장고, 집옥재, 팔우정, 건청궁을 거쳐 향원정에 이르는 경복궁 북측권역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가 점등되었던 장소인 건청궁과 향원정에서는 근대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던 고종의 이야기를 담은 극을 관람할 수 있으며, 경복궁 별빛야행의 백미이자 취향교를 건너며 즐기는 향원정의 야경은 조명과 조화를 이뤄 낮과는 또 다른 특별한 정취를 선사할 것이다.

이번 상반기 경복궁 별빛야행은 1차 행사(4.3.~4.21.)와 2차 행사(4.24.~5.1.)로 나누어 진행된다. 운영시간은 1일 2회로 이루어지며 1회차는 18:40∼20:30, 2회차는 19:40∼21:30까지 각각 110분간씩 운영된다. 입장권은 1차 행사의 경우 3월 22일(금), 2차 행사는 4월 12일(금) 티켓링크에서 선착순 유료 판매된다. 회차당 34명(1인당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1인당 2매까지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 한국문화재재단 누리집을 확인하거나, 궁능 활용프로그램 전화 상담실 문의하면 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체제로의 전환에 맞춰 오는 5월 17일 국가유산청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문화재재단도 국가유산진흥원으로 새롭게 거듭날 예정인 만큼 앞으로도 국내외의 다양한 관람객들이 도심 속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국가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적극행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선 왕조의 법궁(임금이 사는 궁궐)이었던 경복궁을 밤에 거닐며 궁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경복궁 별빛야행’. 멋과 맛 그리고 야간 궁궐의 낭만까지 가득한 곳에서 봄밤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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