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건물 붕괴, 굉음, 화재 등 전쟁 피해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를 느끼고 있는데, ‘집단 트라우마’는 고통스러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집단’이 경험하는 심리적 영향을 뜻한다. 개인 트라우마와 다르게 집단 전체가 상처, 두려움 또는 취약성을 느끼는데, 해당 사건이나 사람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예가 있다. 바로 ‘한일전’에 예민하다는 것. 일제 강점기의 36년이 우리 민족에게 준 상처가 여전히 남아, 다른 나라에는 지더라도 일본에만은 지기 싫은 것이다. 최근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고 세대가 달라지며 변화가 생겼지만, 일본과 다시 국교를 회복한 70년대에는 축구 한일전 패배는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다시 경험하는 것과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트라우마’는 강력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 건강 질환인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나 PTSD가 생길만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 중 대다수는 금방 일상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10% 정도는 여전히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비슷한 상황을 겪거나 사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때 당시의 공포, 상처 등을 느끼기도 한다. 또 악몽, 불면증, 우울증, 알코올 의존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같이 나타날 수 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 PTSD를 느끼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재경험, 과각성, 회피 등이 있다. 먼저 재경험은 사고에 대한 생각, 느낌, 감각이 재현되는 것이다. 감전 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벼락 치는 것에 놀라거나, 화재를 겪은 사람은 타는 냄새에 예민하게 된다. 또 사고와 관련된 사람 혹은 같이 경험했던 사람을 피하는 경우도 있고, 사고로 다쳤던 상처가 자극되기도 한다. 이러한 재경험을 피하고자 생활 반경을 줄여나가고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다음은 과각성이다. 재경험을 피하려고 자신도 모르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내게 되는 것이다. 극도의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어 쉽게 피곤해지고 잘 놀라기도 한다. 잠을 들기도 어렵고 잠귀가 밝아져 쉽게, 자주 깨는 것도 많이 겪는 증상 중 하나다.

또 회피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빠르게 도망가기 위해 문에 가까운 쪽에 앉거나, 붕괴 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 어둠을 겪은 뒤 불을 켜 놓고 자는 등의 증상이다. 다만, 회피가 지나치게 되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부정적 감정, 불신, 죄책감, 피해의식 등이 생기게 된다.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정신 치료 두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불면증이 동반되기에 수면제를 사용하거나, 부정적 생각을 줄이고 긴장감 완화를 위한 항우울제, 놀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항불안제 등의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전문의의 처방 없이는 약을 구할 수 없으며 반드시 충분한 상의를 통해 처방받아야 한다. 

정신 치료에는 세 가지 기법이 있다. 먼저, 안정화기법은 무의식중에 긴장된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심호흡, 복식호흡, 나비 포옹법 등의 방법이 있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행할 심적 여유도 없다.

노출요법은 사고 충격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자극부터 단계별로 노출되는 것이다. 사고에 대한 공포감에 이를 떠올릴만한 자극을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반대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자극은 내성을 갖는 데 더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법(EMDR)은 눈 운동으로 뇌기능을 조절하고 심리치료를 도모하는 기법이다. 사고에 대한 고통, 긴장을 눈의 움직임과 심호흡 등 몸의 감각을 통해 안정화하며 진행한다. 이 치료법은 별도의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치료자가 실시하는 전문적인 치료법이다. 오랜 시간 ‘회피’해온 사람들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법이다.

트라우마는 명백한 병이다.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질 문제라면 병으로 취급되지도 않는다.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문제이기에 병명이 붙는 것.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와 더불어 주변인들의 배려와 공감으로 회복을 돕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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