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중심으로 한 기념일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가족'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관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그중 하나가 ‘생활동반자’ 가족이다.
생활동반자는 법적으로 혼인, 혈연, 입양 관계가 아니지만, 주거, 경제, 정서적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관계를 말한다. 비혼 커플, 나이 든 친구끼리의 동거, 성소수자 커플, 상호 돌봄이 필요한 룸메이트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이들은 '가족처럼' 살아가지만, 현행 법제도 안에서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1인 가구 증가, 비혼주의 확산, 고령화와 노노케어, 성소수자 인권 논의 등으로 인해 기존의 '정상가족' 개념은 점점 해체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혼인·혈연·입양을 기준으로만 가족을 정의한다. 생활동반자는 이러한 제도 밖 현실을 대변하며, 제도화 필요성이 점차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생활동반자는 다양한 제도적 불이익에 직면한다. 병원에서는 보호자 서명을 할 수 없고, 임대주택 청약에서도 세대원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이나 사망 시 상속도 어렵다. 실제로는 가족 이상의 역할을 하더라도, 법은 이 관계를 '무관한 타인'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제도 공백은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돌봄 공백, 응급 상황 대응 부족, 사회적 고립 증가 등은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전이된다.
이에 프랑스는 1999년부터 '시민연대계약(PACS)'을 도입해 비혼 커플이나 친구 관계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PACS는 세금 감면, 연금 수급, 거주권, 의료 결정 권한 일부를 보장한다. 독일의 '생활동반자법(Lebenspartnerschaft)', 일본 일부 지자체의 '동반자 인정 제도' 등 역시 생활을 공유하는 비혼·동성 커플에게 일정한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 이러한 제도는 세금, 주거, 상속 등 핵심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생활동반자 관계에 대한 법적 인정이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시도했으나 정치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법무부 역시 생활동반자 제도화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관련 입법 발의를 검토 중이며, 공론화를 위한 토론회와 캠페인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가족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우리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생활동반자는 단지 성소수자만의 이슈가 아니라, 초고령사회, 1인 가구 시대에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현실이다. 생활동반자 제도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의료적 공백, 고령자 돌봄 문제, 사회적 안전망 미비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법 밖에 있는 가족에게도, 제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이 필요하다. 가정의 달. 모두가 '가족'이라는 단어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고, 돌보고, 감정을 나누는 관계라면 그것이 곧 가족 아닐까. 이제는 생활동반자라는 이름의 가족도, 함께 고민하고 제도적으로 품을 때다. 생활동반자 등록제나 시범 지자체 지정 같은 현실적인 정책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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