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거나 자국 내 공무원을 대거 해고하는 등 말 그대로 ‘미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점들이 다 계산된 것이라면 믿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잘하는 전략인 ‘미치광이 전략’을 알아본다.
‘미치광이 전략’이란 자신을 마치 미치광이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 상대방에게 공포를 유발하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나는 예측불가하며, 비이성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상대에게 심어 원하는 바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미치광이 전략은 이름 그대로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광인(狂人)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성공한다. 상대가 더 한 사람이거나 똑같은 전략으로 나올 경우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막판까지 가서는 함께 몰락하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전략은 냉전 시대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이 북베트남을 지원하는 소련을 상대로 구사하면서 처음 주목받았다. 당시 닉슨 행정부는 북베트남과의 평화회담이 교착 상태에 머무르자 동아시아와 유럽, 중동 각지에 주둔하는 미군에 핵 전쟁 경계령을 내리는 등 핵전쟁 공포를 조성하며 미치광이 전략을 펼쳤다. 이후 국제 정치 무대에서 이 전략은 적지 않게 등장해 왔다.
한편, 현재 이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인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때부터 이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일례로 2018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향해 ‘재협상이 아니라면 FTA를 종료하길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 뒤 진행된 한미FTA 재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유리한 조건들을 다수 관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비핵화 협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그를 만나게 된다면 영광이다’라는 등 우호적 발언을 하다가도 이내 ‘리틀 로켓맨’이라고 비판하거나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등을 예고하며 북한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극단적 입장을 취했다가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가 미치광이 이론에 따르는 것처럼 비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보다 더 능숙하게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을 기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시행 하루 전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달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렇게 관세 폭탄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해 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불법 이민자와 마약류 유입을 막기 위한 협조를 받아내며 원하는 바를 이뤄냈다.
이렇듯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배경 아래에 트럼프가 행하는 ‘미치광이 전략’은 실로 막강한데, 그 칼끝은 우리에게도 향해있어 우려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국가로 한국을 공개 지목하며 압박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우리가 그들에 부과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매우 불공정하다”고 운을 떼고는 인도와 중국 사례를 거론한 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봐라. 4배나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거론해 향후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관세 등 경제 이슈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 여부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대폭 증액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무기인 ‘미치광이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가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트럼프는 이러한 전략으로 어디까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지 각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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