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문학가 반열에 우뚝 섰다. 일찌감치 맨부커상과 메디치상 등 세계의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계에 큰 획을 그은 한강.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들을 되짚어 본다.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는 채식이라는 주제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자유, 사회적 억압과 체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시각을 빌려 영혜와의 일을 그린다. 1부에선 영혜의 남편, 2부에선 영혜의 형부, 3부에선 영혜의 언니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채식주의자’는 소설 내에 포함된 성적 묘사와 폭력적인 내용 때문에 일부 지자체와 학교 도서관에서 유해 도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스페인의)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고도 언급했다. 책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네셔널부문을 수상했다.

소년이 온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의 아픔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설은 계엄군 총에 맞은 친구 정대를 찾다가 전남도청에서 희생자 시신 뒷수습을 도운 중학생 동호. 그와 함께한 여고생 은숙과 양장점 미싱사 선주, 그리고 대학생 진수가 겪은 5·18 전후 삶의 모습을 건조한 시선으로 그렸다.

한편, 한강은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당시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며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소설가 경하는 제주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빈집의 새를 보살피러 갔다가 꿈을 통해 4.3사건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인선의 어머니 강정심을 만난다. 강정심은 당시 실종된 오빠를 찾다가 생을 마친 인물로, 경하는 꿈을 통해 정심의 여정에 들어선다.

한강은 이 작품에 대해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기 때문에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라며 “제목이 ‘작별하지 않는다’인데, 제가 닿고 싶은 마음이 끝없는 사랑, 작별하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독자들이 느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설가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앞서 2017년 ‘희랍어 시간’으로 이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순간을 그린다. 희랍어 강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점차 친밀해지며 함께 내면의 고통과 긴장, 연약한 부분을 탐구한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라며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라고 말했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로 소개되는 책.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한 권의 시집이며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작가는 이 책이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간 매우 개인적인 책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강 작가는 이외에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바람이 분다, 가라’,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등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문학 작품을 읽는 근육’을 기르는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한강.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면서도 담담하고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그에게서 가늠할 수 없는 내공도 느껴진다. 잔인하리만치 직필한 한강의 깊고도 섬세한 생각을 그의 책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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