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잔혹한 범죄자가 출소 후 내 집 옆에 거주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남의 일로만 여겼던 상상이 정작 내 일로 맞닥뜨리게 된다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고 출소한 흉악 범죄자를 무작정 어딘가로 쫓아낸다고 해도 결국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과 이웃을 해야 하는 돌고 도는 결과를 낳고 만다. 

최근 조두순 등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하면서 이 같은 사회적 고민이 커졌다. 특히 단순히 이들과 가까이 사는 것이 싫다는 것을 넘어서 ‘그래서 어디로 보낼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이어졌고, 최근 정부가 ‘한국형 제시카법’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4일 법무부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중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이 바로 ‘한국형 제시카법’으로, 재범 위험이 높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출소 이후에도 지정된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가 학교 등으로부터 1천∼2천 피트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의 제시카법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법원이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에게 거주지 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약탈적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해당 지역이 홍역을 치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거주할지는 국민의 일상적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 법의 골자인 거주지 제한 명령은 기본적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이 대상이다. 보호관찰소장이 연령, 건강, 생활환경 등을 토대로 거주지 제한이 필요한지 판단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하면 검찰이 필요 여부를 다시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검사는 보호관찰소장에게 피해자 관련 사항, 재범 위험성, 거주지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이 거주지 제한 명령을 내릴 때는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거주시설'을 거주지로 지정해야 한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출소 후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살게 된다는 뜻이다.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는 없다.

그럼 어디로 보낸다는 것일까? 법무부는 지정 거주시설을 어디로 정할지나 운영 방식, 재원 마련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국가가 지정 거주시설 관리·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예산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 제한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 인원은 작년 말 기준 325명으로, 2025년까지 출소 예정 인원은 올해 69명, 내년 59명, 2025년 59명으로 파악됐다.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미 출소한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거주지 제한 명령은 형벌이 아닌 보안 처분이어서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한편,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미 처벌받은 성범죄자를 지정시설에서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거주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이중 처벌'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형벌은 잘못에 대한 응보이고 보안 처분은 사회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 처벌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해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한 장관은 "공익 차원에서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고 (지금 추진하는 법안이)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의 기본권 제한이 아니다. 자유 침해 문제는 이익형량과 균형의 문제"라며 "(지정시설에서) 하루 종일 못 나오게 하고 자물쇠를 잠그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6개월∼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된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지역을 특정하면 논의를 모두 잡아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험 성범죄자의 지역사회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과 재범 우려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취지에는 많은 공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많은 상황이기에, 현실성을 반영한 각계의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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