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proㅣ지난 13일 막을 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고(故) 설리의 유작인 ‘페르소나: 설리’ 중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가 공개됐다. 2005년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해 4년 뒤인 2009년 그룹 f(x)(에프엑스)로 데뷔한 그는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 전향해 활동하기도 했다. 자유롭고 도전적인 행보를 걸었던 그는 지난 2019년 10월 14일 불과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겼다. 

‘페르소나: 설리’는 최진리(설리) 주연의 단편 영화 ‘4: 클린 아일랜드(감독 황수아 김지혜)’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감독 정윤석)’ 총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4명의 감독이 4편의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로 구성해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촬영 중 주인공인 설리가 세상을 떠나며 중단됐다. 

그중 이번에 공개된 ‘진리에게’는 아티스트로서의 설리, 스물다섯의 최진리가 느꼈던 다양한 생각과 고민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아 지난 7일부터 상영됐다.

‘진리에게’는 3가지 영상물이 혼합되어 있다. 고 설리의 인터뷰와 ‘도로시’의 여정이 담긴 애니메이션, 설리의 SNS나 일기장 등에서 발췌한 사적 자료나 영상을 편집해 ‘진리에게’라는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인터뷰 부분에서는 그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아이돌, 페미니스트 선언 등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며, 담담하게 이야기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에 긴 시간 동안 고민하다 결국 답을 못하는데, 감독은 이를 그대로 담아내어 비교적 대중에게 비치지 않은 그녀의 진중한 모습을 보여줬다.

애니메이션 부분에서는 그의 일생을 동화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의 여정에 빗대어 전개했다. ‘도로시’는 설리가 2019년 발매한 솔로 앨범의 수록곡 제목이기도 하기에 그녀의 유작임에 착안해 콘셉트를 정했다고 한다. 마지막 사적 영상 부분은 설리의 고민과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일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영상이 다수 등장한다.

‘진리에게’를 제작한 정윤석 감독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14년 치 그녀의 모든 기사를 읽고, 분석했다고 한다. 또 그는 “기사가 아니라 고인의 유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그가 이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설리에 대해 “제 기억에는 주인공인 배우는 말을 주로 경청했다”라며 “되게 특이한 게, 실제로 저와도 많은 대화가 별로 없었다. 제가 감독으로서 이런 걸 표현하고 싶다고 하면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의견을 들었고, 상대방 의견을 수용하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습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설리의 이미지와 대척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말에 대해 각자 질문을 가져야 하고, 그게 추모의 시작, 애도의 시작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문화가 한국에선 약하다. 주인공의 말 안에서 우리의 삶과 내 삶을 잘 돌아보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과 실천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작품이 그를 추모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한편 ‘진리에게’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부 매진되며 상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된 주인공이 흥미 위주로 소비될 우려를 표했지만, 그의 고민과 진실한 생각이 관객에게도 전해지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이 담겨있는 ‘페르소나: 설리’는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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