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경북과 경남, 울산 일대에 번진 초대형 산불은 산림과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고 수천 명의 이재민을 남겼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피해 복구와 지역 재건을 위해 ‘산불특별법’을 제정했는데, 환경단체는 이를 두고 ‘개발 특례법’·‘막개발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불특별법’(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와 재건을 위한 특별법)은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구제와 지역의 회복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특별법이다. 법은 2025년 9월 국회를 통과해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28일 공포·시행됐다. 

특별법은 주거·의료·금융 지원뿐 아니라 지역 경제 회복과 산림 복구, 주민 심리 안정, 피해 임업인의 생계 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산림청은 임업 종사자의 시설·장비 복구, 임산물 재배·채취, 임가의 생계비 지원, 임업 직불금의 지속 지급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산림경영특구’와 ‘산림투자선도지구’를 지정해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산불 피해 지역의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시각은 정반대다. 전국 131개 환경·시민단체는 이 법을 “산림 복구를 빙자한 난개발 촉진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법 제41조부터 제61조까지에 포함된 개발 관련 조항이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조항은 산림보호구역 해제, 환경영향평가 심의기한 단축, 민간 사업자의 토지 수용 허용, 사유림 내 ‘위험목 제거사업’ 시행권 부여 등을 담고 있다. 단체들은 “이 조항들이 사실상 골프장·리조트·관광단지 건설을 위한 특례를 합법화한다”며 “산불 피해지를 휴양단지로 바꾸는 난개발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법 제32조는 산림청장의 권한이던 보전산지 변경·해제와 자연휴양림 지정·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 지방정부의 판단만으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제55조는 민간사업자에게 토지 수용을 허용하고, 제56조·제57조는 보호구역 해제를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제60조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간을 45일로 단축해 심의 절차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법안을 발의한 국회 산불피해지원특위 측은 “관계부처 협의와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했으며, 독립적 심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산림청 역시 “산림 경영과 생태 복원을 병행하는 ‘지속가능형 복구 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난개발 우려를 일축했다.

이러한 대립 속 가장 중요한 피해 주민의 실질적 보상에 대한 논의나 법적 보완이 뒷전이 되고 있다. 산불로 잃은 농산물, 비닐하우스, 농막 등은 기존 지원항목에서 빠져 여전히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시행령에 ‘미등록 건물·농자재 보상 기준’을 포함해달라 요구하고 있으며, 시행령 제정이 늦어질 경우 보상이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불특별법’이 산림을 되살리고 지역민들을 위한 법적 제도가 될지, 약화한 기준을 틈탄 특례 개발의 통로가 될지는 앞으로 제정될 시행령과 관리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산불의 상처를 기억하고, 특별법의 목표를 잘 이행할지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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