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키 성장은 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에 조금이라도 더 키가 클 수 있을지, 혹은 늦지 않았을지, 얼마나 클 수 있을지 등 여러 걱정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키 성장 영양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언제나 화제가 되고 있다. ‘키 성장 영양제’는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키 성장 영양제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먹기만 하면 키가 자란다”는 식의 광고가 넘쳐나고 다양한 제품군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제품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나온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임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는 뼈 나이를 오히려 앞당겨 성장판이 일찍 닫히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때문에 성분이 명확히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거나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는 것도 추천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키 성장 기능성’을 인정한 성분은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 ‘HT042’뿐이다. 여러 업체들은 이 원료에 비타민, 칼슘, 홍삼, 아연 등을 추가로 넣어 제조하고 ‘키 성장 영양제’라고 판매하고 있다. HT042는 오랜 연구 끝에 기능성을 획득한 성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효과가 눈에 띄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HT042를 복용한 집단의 아이들은 3개월간 평균 2.25cm 성장했고, 위약을 복용한 아이들은 1.92cm 성장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3.3mm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성장판이 닫히기 전 수년간의 누적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이 차이가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더구나 6개월간 진행된 추적 연구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오히려 2.9mm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장기적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기에 과장광고나 실질적 효능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키 성장 영양제에 담긴 칼슘과 비타민D, 마그네슘이 뼈 성장에 꼭 필요한 성분이라고 강조한다. 이영양소들은 뼈의 형성과 흡수,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단백질과 아연 역시 중요하다. 단백질은 뼈와 근육 발달의 기초가 되고, 아연은 성장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에 관여한다. 그렇기에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핵심 성분은 ‘기능성 원료’보다는 성장에 중요한 충분한 영양소라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다.

영양 섭취와 함께 키 성장에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햇빛을 통한 비타민D 합성, 체중 관리 등이야말로 키 성장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루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과체중으로 성장판에 부담이 가해진다면 어떤 영양제를 복용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만약 아이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늦어 걱정된다면, 무턱대고 영양제를 구입하기보다는 먼저 전문 클리닉을 찾는 편이 바람직하다. 병원에서는 성장판 촬영과 호르몬 검사를 통해 뼈 나이와 성장 가능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 영양 보충이나 치료적 접근이 이뤄진다.

결국 키 성장 영양제는 보조적 수단일 뿐, 만능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검증된 성분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우선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의 성장은 단순히 한 알의 영양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 키를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영양제 한 알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와 건강한 생활습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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