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국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중에서는 골드바 품귀현상은 물론, 골드바 판매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값을 견인하는 이유들은 무엇이며, 사람들은 왜 ‘금’에 몰리고 있을까.

미국의 ‘관세 전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트럼프발 무역 전쟁과 이로 인한 세계 경제 타격 우려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몰리고 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늘면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실물 자산이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수요가 몰리게 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고 나서자,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가격이 올랐다.

불안정한 경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안전자산에 사람들을 몰리게 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7% 넘게 급등하는 등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한 데다 금리는 아직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 5개월 만에 다시 2%대의 상승률로 올라섰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등 경제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이러한 시장 상황을 전망했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트럼프 집권 이전부터 금을 매입해왔고, 이 또한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금위원회는 “각국 중앙은행이 3년 연속으로 총 1천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1천186t으로 4년 만에 최고였고, 특히 4분기에만 333t에 달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골드러시에 참전하지 않고 있다. 2010년대 초반 금을 다량 매입했던 한국은행은 2015년 금값 폭락을 겪으며 금 시세의 높은 변동성을 경계하는 기류가 강해졌고,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해 유동성이 매우 낮아 상시 현금화가 필수인 외환보유액 성격상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에도 금은 이자나 배당이 없고 보관 비용까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금을 매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 투자 상품
금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 아닌 금 관련 투자 상품이 개발·다양화되며 사람들의 금 수요를 늘리기도 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대표적인 금 투자 상품인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이달 3일 하루에만 101억 원의 개인 순매수가 몰렸다. 해당 상품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ETF로 환 노출형 상품의 특성상 달러 상승 수익까지 노릴 수 있어 올해 들어서만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희소성
이러한 국제 경제 상황 외에도 기본적으로 금이 가진 ‘희소성’도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금. 지구에 있는 전체 금의 양은 24만 톤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미 상당량을 채굴했고, 땅 속에 남은 건 6만 톤이 채 안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금을 캐는 비용은 늘었고, 채굴량은 해마다 줄어드는데 금 수요는 꾸준하거나 증가해 금값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고환율·불안한 정국
한편, 금값의 상승세는 국내에서 더 크다. 국내 금값은 원화로 거래되는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달러화로 거래되는 국제 금값보다 더 가파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 이은 국무총리 탄핵 등 리더십이 부재한 혼란한 정국도 안전자산인 금값 견인에 한몫했다.

이렇듯, 시장에 불안감을 가져오는 여러 요인이 상호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기존 3천달러에서 3천1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 관련 업계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상승 폭 일부를 제한하겠지만 방향 자체를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번 크게 오른 금값, 세계가 전반적으로 안정된다면 그땐 떨어질까.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