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각 회사나 일터에는 정해진 복장이 있다. 이는 회사의 이미지, 업무의 효율성, 안전 등을 위해서 채택되어 왔으나, 요즘엔 과거에 비해 이러한 복장 규정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혹은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도록 입고 다니는 게 상식으로 여겨지는데, 최근 ‘역겨운 복장’(gross outfits)으로 출근하는 문화가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역겨운 출근룩’은 출근에 어울리지 않는 잠옷이나 슬리퍼, 부츠, 동물 옷 등 침대에서 막 일어난 듯한 모습의 옷차림으로 출근하는 걸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SNS인 샤오홍슈(Xiaohongshu) 등에는 ‘출근룩’이라는 설명과 함께 잠옷용 바지와 슬리퍼, 수면 양말 등을 착용하고 찍은 사진들이 쏟아져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복장이 유행하는 건 중국의 SNS인 더우인에서 ‘켄도스 에스(Kendou S)’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여성이 잠옷 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출근룩’ 영상을 올리며 시작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당시 켄도스 에스는 “직장 상사가 옷차림을 보고 ‘끔찍하다’며 ‘회사 이미지를 염려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역겨운 출근룩’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 중국 누리꾼들은 크게 호응했고 ”일은 많고 월급은 적은데 언제 옷차림까지 신경 쓰냐“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게시물은 73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140만회 이상 공유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은 중국 젊은이들이 역겨운 복장으로 출근하는 배경에는 상실감과 허탈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성장 둔화와 줄어든 기회로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상실감에 빠진 젊은 직장인들이 조용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 NYT는 이어 ”고의적인 ‘자기 비하’를 통해 적은 급여와 잦은 초과 근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사회를 향한 일종의 저항이라고 표현했다.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잇는 루오(30)씨는 NYT에 ”그냥 내가 입고 싶은 걸 입은 것“이라며 ”단지 앉아만 있어야 하는데, 출근을 위한 옷을 사는 데 돈을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저장성 항저우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조안나 첸 씨는 ”승진이나 출세보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며 ”노란색 패딩 점퍼나 노년층이 즐겨신는 검은색 털신, 하늘색 양말, 소 그림이 그려진 덧소매 등 앞으로도 편한 옷차림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탕핑족’ 문화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탕핑(躺平)’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삶만 영위하는 것’으로 둔화하는 중국의 경제 상황에 중국의 젊은 층이 반문화적 방식으로 쉽고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역겨운 출근룩’ 문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상실감과 허탈함, 불만 등을 표출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실질적으로 출근 준비 시간을 줄여주고, 편하기도 하며 현대인들은 서로에 대해 큰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잘 해낸다면 충분하다는 시각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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