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커피 일회용컵에 가져가시려면 보증금 300원이 추가됩니다” 시행된 지 약 9개월 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잘 정착되고 있을까?

국내에서 연간 사용되는 일회용컵은 300억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올해 3월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서 국내 연간 플라스틱(합성수지)컵 사용량을 53억개(2020년 기준)로 추산했다. 국민 1명이 1년에 102개를 쓰는 셈. 특히 일회용컵 사용량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더 폭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하게 소비되는 일회용컵의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폐일회용컵은 대부분 소각·매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회용컵 회수율이 5%(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탄생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카페가 '만남의 공간'도, 일터도 되는 등 주요 생활공간으로 자리하면서 사용량이 급증한 일회용컵의 재활용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론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보증금제 취지다. 시범적으로 시행된 곳은 ‘세종’과 ‘제주’다. 

카페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에 받으려면 컵 보증금 300원을 내게 하고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작년 12월 2일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된 지 약 9개월 됐다. 제도가 시행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는 제도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 종이컵 회수는 잘 되고 있을까? 지난 달 18일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보증금제 시행 후 현재(지난 달 둘째 주)까지 제주와 세종에서 보증금제를 통해 매장으로 돌아온 컵은 총 259만1천421개. 제도가 시행된 달엔 10%대였던 반환율은 꾸준히 올라 지난 6월 39%를 기록했고, 지난 달 둘째 주 기준 61%를 찍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은 제주에서의 성과가 뚜렷하다. 제주는 이달 7일 컵 반환율이 71%로 70%를 돌파하기도 했는데, 제주 반환율이 상승세인 이유로 제주도가 6월 7일부터 제도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는 등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점이 꼽힌다.

이처럼 제주와 세종에서 회수율이 증가하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감사원도 최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관련 공익감사를 통해 법 취지대로 제도를 전국에 확대해 시행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환경부에 요구했다.

제도적으로 전국 확대는 어렵지 않다. '일회용 컵 보증금 대상 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부칙에 세종과 제주 외 지역은 고시 시행일(2022년 12월 2일) 이후 3년이 넘지 않은 범위에서 세종·제주 시행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날 시행한다는 것이 전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 시행에 장벽은 있다. 무엇보다 제도 확대를 위한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앞서 제도 시행지가 제주와 세종으로 축소된 원인으로 제도 이행에 따른 부담과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두고 당국이 이해관계자를 설득해내지 못한 점이 꼽히는 만큼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또 제도 확대를 위해선 일회용컵 회수와 재활용을 더 쉽게 할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일회용컵 재활용이 쉽도록 '표준용기'가 규정돼있는데 사용이 강제되지 않다 보니 브랜드 별로 제각각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상관 없이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차반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기준 자신들의 컵이 아닌 컵도 받아주는 매장은 200곳 정도에 불과하다.

아울러 공항 등 공공장소 무인반납기 확충도 과제이며, 음료 테이크아웃 판매가 늘어난 ‘편의점’과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에도 보증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서 잠깐! 아예 일회용컵을 사용을 끊도록 하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탄소중립실천포인트가 컵 1개당 200원씩 적립되고, 다회용기(텀블러) 사용 시에는 300원이 적립된다. 일회용컵 사용자에게 다회용컵 사용자에 버금가는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된 지 약 9개월이 흐른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이 제도의 전국 시행과 더 똑똑한 발전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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